'주민투표'가 끝이 아니다
'주민투표'가 끝이 아니다
  • 강정만 편집국장
  • 승인 2005.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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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혼란스럽다. 도민들은 도민들대로, 도정은 나름대로, 시ㆍ군은 시ㆍ군대로 갈팡질팡이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이라는 과제를 놓은 이런 혼란은 예상됐던 것이라곤 하나 너무 값비싼 댓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우려스럽다.
제주도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보려는 부류와,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부류로 이분화 된 모습은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둘러싸고 이 지역 지도층이 드러내는 ‘알몸’그대로이다. 광역단체로 단일화하는 방안 등을 내놓은 제주도의 주민투표율 높이기, 이를 저지하려는 시장ㆍ군수들의 반발 등이 표면화되면서 여기저기서 ‘집안 기둥’이 한 둘씩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혁신안’에 대한 조직적 공격과 이를 ‘모략’하는 출처 불명의 유언비어의 난무,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도정에 대한 일방적 매도 등은 상상할 수 없었던 ‘반칙 중 반칙’이다.

주민투표, 갈등해소의 기회가 돼야

 같은 정당출신의 도지사와 제주시장ㆍ서귀포시장은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놓고 서로 양극의 위치에 있으면서 양보 없는 일전불사의, 희화적 모습들이 도민들의 구경거리로 등장한지도 벌써 달포가 돼 간다. 시장ㆍ‘혁신안’으로 행정계층구조가 개편될 때 자신들의 출마할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 당연한 ‘전투’라 하더라도 마치 ‘제로섬 게임’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알만한 사람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이니 한편 이해되다가도 자신들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지역주민 다수를 볼모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는 생각도 불쑥 고개를 내민다.

어쨌거나 보름정도 있으면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됐다. 도민사회 일각에서 주민투표에 대해 원천적으로 반대한 사람들도 있었고 해서 이에 대한 도민 관심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서는 계측할 수는 없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주민투표가 향후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둘러싼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관심사다.
싸움의 원천이 되고 있는 주민투표가 그 결과에 따라서는 그것을 말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제일처음 실시하는 주민투표라서, 투표율의 높낮이에 제주도민의 자존심이 걸려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맞지만, 주민투표율이 얼마나 높을 것이냐, ‘혁신안’과 ‘점진안’ 어느 쪽이 높게 나오느냐에 따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추태들도 사리지리라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는데 있다.

원칙 지키면서 안내하고 기다릴 때

몇 가지를 상정해보기로 하자. 첫째, 투표율이 유권자의 과반을 넘고 두 개의 안에 대한 지지율의 차이가 분명하다면, 도정은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결정을 쉽게 할 수 있다. 이 때는 ‘성공한 주민투표’로서 전국의 수범사례가 될 것이다. 둘째, 투표율이 과반에 미달하고 두 개안의 지지도의 차이가 없을 때이다. 도정은 이때 ‘결정의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 셋째, 투표율은 낮은데 두 개 안중 한쪽의 지지가 훨씬 높았을 경우다. 이 때도 제주도는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대한 도민다수 의사를 확인하는 셈은 돼 일단 선택결정권을 가지게 된다. 넷째는 투표율도 낮은데 두 개 안의 지지율이 엇비슷한 경우다. 최악의 수로, 어떤 결정도 망설이게 할 공산이 크다.

뭐니 뭐니 해도 행정계층구조 개편에서 핵심은 ‘혁신안’이다.
계층을 광역 단일체제로 바꿔보겠다는 것이 전임 도정시절인 지난 2000년부터 현재의 제주도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다수가 광역단일체제를 선호하는 여론이 많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행정의 비효율성, 지방의회 기능의 낭비와 부작용 등이 그 이유로 내세워지면서 많은 도민들이 “그래, 시ㆍ군을 없애고 광역단체 단일화로 가야해”하는 목소리들을 냈었다. 지금 ‘혁신안’에 대해 극렬 반대를 하는 어느 단체장도 그 당시에는 이를 적극 찬성하는 편에 서 그 당위성을 주장했지 않았던가?
이번 주민투표에서 ‘혁신안’ ‘점진안’ 중 어느 안이 뚜렷하게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주민투표는 어차피 도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다. 도민들이 투표로 나타내는 의견을 인정하고 수용하면 될 일이다.

제주도행정계층개편은 역설적이게도 주민투표 후 논의의 출발점이 다시 보일 수 있다.
그 때 비로소 도민들에게 장단점이 자세하게 알려지고 본격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전폭적인 관심권에 머무를 수 있다. 그 때는 이런 혼란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행정계층개편이라는 도민합의를 원만하게 이뤄낼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 중요한 것은 서로 원칙을 지키면서 인내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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