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를 포함한 지방의회의 성적표는 다소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잡음을 포함 전문성이 부족한 접근방식, 정체성의 혼란 등 아직은 '지역주민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지방의원만 탓할 부분이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지방의원은 여지껏 무급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재 의원들은 매월 의정활동비, 의정자료수집비(광역의원), 보전활동비(기초의원), 회기일수 참석에 따른 회의수당 등을 받는다.
제주도의원인 경우 연봉기준 최고 2800만원 이하, 기초의원은 1900만원 이하를 수령하고 있다.
일반 월급생활자 수준을 밑도는 데다 '지역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는 특성상' 시간도 충분치 않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정책개발에 힘쓰라고 재촉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 도의원은 "도의회에서 받는 수당으로 전문 정책보좌관을 공채할 생각도 했다"면서 "하지만 너무 튄다는 반발을 우려, 그냥 지내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전문성 부족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내년부터 '유급제 시행'을 골자로 급여수준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으로 한도를 못박고 연간 최저 5000만원에서 7600만원까지 상향조정된다.
반면 그 부담은 도민도 같이 져야 한다.
제주도의 경우 의원에게 지급되는 예산은 연간 5억2400여만원에서 최고 14억원까지 급속히 높아진다.
4개 시.군도 지금보다 2배정도의 관련 지출을 각오해야할 입장이다.
어느 정도 국비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여기지만 지방재정의 출혈도 불가피하다.
도민들은 "지방의회가 제 역할만 해준다면 비용은 문제될 게 없다"는 표정이지만 현실은 이를 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계층구조개편을 계기로 다시 부각된 지방의회의 문제점,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할 중요 사안 중 하나로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걸음마 수준인 지방의회.
당적을 갖는 제주도의원이지만 정치적인 정체성을 갖고 의정 활동을 펴는 의원은 극히 드물다.
몇 몇을 제외하면 소속 당의 방침이나 당략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처지를 더욱 중요시하는 모습이다.
또한 임기 3년을 지낸 7대 도의회의 활약상도 기대이하로 평가된다.
도의회의 주요 기능인 법안 발의 사례도 저조한 형편으로 19명 의원이 10여건의 발의에 그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도의회의 위상에 관한 것으로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안은 4건 정도.
이와 관련 모 도의원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행사참석 요구를 받는다"면서 "바쁘다고 사양할라치면 반드시 '큰 체 한다'는 비아냥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라며 "정책이나 의정활동보다는 지연, 학연, 혈연 등을 더욱 중요시하는 선거 풍토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기초의회는 항상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의장 선출을 둘러싼 편가름, 최근 사법당국에 의해 적발된 지원금 횡령, 의원들 사이에 불목 등이 줄을 잇고 있다.
더욱이 기초의회는 각종 관급공사와 지근거리에 있는 탓에 이를 둘러싸고 주민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기도 한다.
남의 명의로 업체를 운영하면서 이권에 기웃거리는 몰지각한 사례도 심심찮게 보이는 형편이다.
극히 일부 의원에 해당하지만 주민들은 또 하나의 계층을 형성해버린 기초의원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소지역주의.
제주도내 기초의회가 한 가지 사안을 놓고 각자 다른 입장에서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컨벤션센터 설립시 서귀포시 의회를 제외한 다른 기초의회는 예산 출연을 꺼렸다.
▲의회다운 의회를.
혁신안을 지지하는 도민들은 단적인 예로 '의원 숫자가 7명에 불과한 군의회 건물이 저렇게 거창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고개를 흔든다.
사실 의원 숫자가 19명인 도의회도 상임위를 변변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
도의회는 상임위로 의회운영위를 비롯해 행정자치위, 농수산환경위, 교육관광위 등 4개위원회와 특별위원회로 예산결산특별위, 4.3특별위, 제주특별자치도특별위 등 3개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상임위도 겸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문성을 갖추라는 요구자체가 무리인 셈으로 이를 기초의회로 끌어내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7명 의원이 모양새를 갖추기조차 힘들다.
의원들 사이의 첨예한 정책적 대립을 통한 합의점 도출, 행정기관에 대한 견제, 주민생활을 위한 법안 발의 등이 제대로 발붙일 여유가 없다.
도민들은 "지방의회의 기능강화는 어느 대안에서든지 반드시 다뤄져야할 문제"라며 "말로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잡는 게 아니"라고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