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개발공사의 제주맥주 ‘제스피’(Jespi) 사업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스피’는 개발공사가 2013년 7월 국내 맥주 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예고하며 출시했다. 출발 자체가 야심 찼던 만큼 제주맥주의 이름도 ‘제주 스피릿’(Jeju Spirit)의 줄임 말인 ‘제스피’(Jespi)가 됐다. 출시 당시 세계 여자프로골프 1위인 박인비 선수가 참석하며 큰 관심을 끌었고, 개발공사도 그해 성과 중 하나로 ‘제스피’를 꼽았다.
그러나 제스피의 성적은 너무 초라하다. 2014년 7억3300만원 매출에 순손실만 5억1700만원을 냈다. 지난해에는 가결산 결과 5억59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개발공사는 2년 동안 제스피 사업으로 10억6200만원의 손해만 본 것이다.
개발공사는 또 올해 제스피 사업 목표를 9억5000만원의 순손실로 잡았다. 전년보다 손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가 손실을 목표로 한 것이다. 올해 목표가 ‘달성’된다면 3년 동안 제스피 사업을 통해 공사는 2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제스피도 개발공사의 실패한 사업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개발공사의 실패 사업은 지금까지 한둘이 아니다. 호접란 사업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2013년 4월 프리미엄 생수를 표방하며 용기 디자인에만 8억원 가량이 들어간 ‘한라수’도 마찬가지다. 개발공사는 한라수 생산설비 도입에만 25억원을 쓰고, 결국 지난해 3월 한라수 사업 포기(抛棄)를 선언했다. 여기에 투자사와 소송 중인 제주크래프트맥주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실패한 사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개발공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그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이전 경영진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스피 역시 전임(前任) 경영진이 시작한 사업이다. 앞으로 이러한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