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과태료 ‘0건’ 행정당국 개선의지 부족

18일 오전 0시 30분께 제주시 바오젠거리.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담배를 피우며 한바탕 소란스럽게 거리를 지나간다. 곧 잠잠해지고 텅 빈 거리에는 쓰레기와 담배꽁초들이 널려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0년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곳에 ‘바오젠 거리’를 만들었다. 이후 이 거리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현재 관광명소라고 하기엔 거리가 쓰레기로 넘쳐났다. 특히 하수구 주변과 화단에는 담배꽁초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옷을 판매하는 A(40)씨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냥 바닥에 꽁초를 버린다. 거리 곳곳에 담배꽁초가 지저분하게 버려진 게 보이면 관광객들에게 창피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거리에는 쓰레기통이나 재떨이 하나 없었다. 바오젠 거리의 환경을 담당하는 연동주민센터 관계자는 “바오젠 거리가 ‘깨끗한 거리’의 취지로 만들어져 쓰레기통이 처음부터 없었다”며 “우리도 담배꽁초로 거리가 지저분하다는건 알지만, 흡연자의 반발과 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바오젠 거리에서 담배꽁초를 버리면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되지만, 지난해 적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청소 인력 2명만이 아침에 한 차례 청소하고 있어서 행정 당국의 환경 개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고인종 박사는 “제주의 대표적 관광지에 쾌적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서귀포시의 ‘열린 화장실’의 경우처럼 해당 지역상가들에 간이재떨이를 만들어 관리하게끔 협조를 구하는 등 해당 기관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