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를 10여 일 앞두고 도내 공직사회가 뚜렷한 양분상황을 보이고 있음은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가 주민투표 참여율 높이기에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반면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은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군 공무원들의 자세는 소속 단체장들인 시장·군수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 이번 주민투표를 인정치 않는 마당에 앞장 설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이 광역단체 공무원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 보인다.
또 여기에는 혁신안이 선택될 경우 시장·군수나 기초의원들이 ‘내심’ 선거구 폐지에 따른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며 반대하는 것처럼(물론 대외적 명분이야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이다), 시·군 공무원들에게는 공무원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주민투표가 발의된 이상 많은 도민들이 투표에 참여해 점진안이든 혁신안이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 자치단체에 있음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군에서 이의 홍보를 외면하고 있다면 고의적으로 주민투표율을 낮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왜냐면 주민투표는 일반 공직선거와 달리 주민투표법 제24조에 따라 유권자의 1/3이 투표하지 않을 경우 투표함을 아예 열지 못해 사실상 무산되므로 그 유추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공무원은 법률상 법령준수의무, 복종의무, 직무전념의무 등을 지고 있다. 그런데 시·군 공무원들이 엄연히 주민투표법에 의해 발의된 합법적인 주민투표를 외면하는 것이 공무원 의무에 반하고 직무를 저버리는 행위는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제주의 미래와 도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중대 사안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단순히 ‘제 밥그릇 챙기기’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 진정 제주도와 도민을 생각하는 넓고 따뜻한 가슴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