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만 배불리는 크루즈 관광
면세점만 배불리는 크루즈 관광
  • 제주매일
  • 승인 2016.0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자치도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크루즈 관광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열매는 면세점 업계만 독식(獨食)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제주관광공사의 ‘관광객 실태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들의 재방문 의향 여행지 1위는 ‘면세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관광제주’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부끄러운 자화상(自畵像)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내국인과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동안 제주도는 크루즈 관광을 관광활성화의 큰 축으로 설정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성과는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나 당초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유네스코 3관왕’이란 타이틀이 입증하듯 제주의 빼어난 자연경관은 크루즈 관광객들의 안중에도 없었다. 2013년 이후 가장 인상 깊은 관광지로 면세점(免稅點)이 꼽히는 것은 크루즈 체류의 목적이 오직 쇼핑에 집중돼 있는 탓이다.

실제 출입국 심사 문제로 입국시간이 지체되면서 이들의 평균 체류시간은 2014년 7.12시간보다 1.18시간이 줄었다. 고작 6시간만 제주에 머물다가는 꼴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면세점 쇼핑에 할애한 뒤 남는 시간을 주변 관광지에서 보내는 비정상적인 관광일정이 반복되고 있다.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관광인가’ 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效果) 또한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제주관광공사 등 관련당국은 실태조사 등의 용역만 반복하고 있을 뿐, 정작 필요한 여행상품 다각화 및 기항지 프로그램 개발 등엔 손을 놓고 있다.

크루즈 관광이 새로운 관광 수요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접근부터 잘못됐다. 지금처럼 불과 6시간의 체류일정을 갖고 제주관광 활성화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체류시간을 대폭 늘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광 프로그램 다각화 등 전반적인 체제정비가 시급히 요구된다. 크루즈 관광객의 선호도 1위가 ‘면세점’인 사실을 제주자치도 등은 뼈아프게 새겨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