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등감 발로 나쁜 짓 흉보기
‘흉’ 세 사람 죽인다는 말 있을 정도
본 사람·당한 사람·퍼뜨린 사람
어둡다고 세상 탓만 하지 말자
우리 먼저 바뀌어야 세상도
격려와 칭찬으로 희망을 나누자
최근 비행기에서 아주 불쾌한 경험을 했다. 뒷자리에 앉은 두 여성의 요란한 흉보기 수다 때문에 비행시간 내내 거북했다. 남 흉보기는 내려서 짐 찾는 곳까지 이어지고 옆에서 지켜보다 너무 어이없어 웃고 말았다. 남 흉보기에 집중해 주위의 불편함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우리는 의식하든 못 하든 남의 말을 많이 한다. 남에 대한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의 약점에 집중한다. 이런 흉보기의 배경에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특정 대상을 비판하고 분석하다 보면 자연히 결점이 부각, 자신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져 보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가 많다고 본다. 스스로의 가치에 확신이 없기에 자신이 보람을 느끼려면 주위에 비극이 필요한 것이다.
오래전이긴 하나 필자도 한때는 부끄럽게 흉보기를 하던 적이 있었다. 무심코 흉보기를 하던 중 아들이 툭 던진 말 한마디가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엄마가 말한 그 말 때문에 다음에 그 사람을 보면 안 좋게 보일 것 같아요” 엄마의 흉보기 때문에 자신이 보아왔던 좋은 사람에 대한 생각이 무너져버린 것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한 것이다. 순간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웠었다.
강단에서 강의를 하며 가르치는 일을 하는 필자를 너무나 부끄럽게 만든 아들의 일침은 지금껏 큰 가르침이 되고 있다. 흉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아들이 한 말을 늘 떠올린다. 그리고 나 자신부터 먼저 생각하고 상대의 감사한 것을 떠올린다. 또 다른 사람들의 흉보기를 가만히 듣고 있거나 동조하지도 않는다.
살인은 한 사람을 죽이지만 흉보기는 세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은 흉을 본 사람, 흉보기를 당한 사람, 흉보기를 퍼뜨린 사람을 말한다. 시간이 흘러 흉을 본 사람은 잊어버릴 수 있어도 흉을 퍼뜨린 사람은 이를 기억하고 흉보기의 대상자를 계속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옛날 우화에 꼬리 잘린 여우가 자신의 약점을 만회하려고 다른 동물들의 꼬리를 함께 자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군중심리·흉보기·부화뇌동·시기·질투·자기비하 등 모두 자신감이 없을 때 나오는 현상이다. 뚜렷한 자신만의 자신감이 있을 때는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비교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불평이 고조된 요즘 사람들은 더 서로를 비하하며 흉보는 일에 적극적이 되어가고 있다. 정치인들은 입장이 바뀔 때마다 태도가 불변하고 생각이 다르면 서로를 헐뜯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부조리한 이야기들이 현실로 버젓이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으니 어찌 흉을 안 보고 살겠는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지식인들은 숨어있는 것처럼 너무나 조용한 태도인데 어찌 흉을 안 보겠는가.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천륜을 어기는 기사들이 난무한데 어찌 세상 흉을 안 보겠는가.
하지만 세상이 힘들다고, 세상이 어둡다고 세상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서 세상이 바뀌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우선 자신부터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남의 흉을 보기 전에 자신의 실력을 기르자. 그리고 내가 남을 흉보는 순간에 다른 사람이 나의 흉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내가 남의 흉을 보면 내가 못난이라고, 열등감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남의 흉을 보는 사람을 우선 경계해야 한다. 다른 곳에 가서는 반드시 내 흉을 보는 사람인 것이다.
한꺼번에 흉보기 습관을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인간은 생각의 힘과 학습의 힘이 있으니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누구나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다.
설날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서로 덕담을 많이 나누었다. 매일 매일을 설날처럼 살자. 흉보기에서 벗어나 1년 열두 달을 설날처럼 덕담하며 아름답게 살자. 모든 사람을 세워주고 힘을 돋우어 주는 선한 말, 위로와 격려의 말, 칭찬의 말을 주고받으며 사랑과 믿음 희망이 가득한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