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정이 설정했던 ‘중산간 보전(保全) 가이드라인’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열해당 리조트 개발사업’이 허가된 데 이어,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던 ‘차이나 비욘드힐 개발사업’도 이달 5일 조건부로 통과됐다.
두 사업 모두 난(亂)개발 및 환경훼손 논란이 비등함에 따라 제주도가 행정절차를 중단시켰던 사업들이다. 때문에 그간 여론의 추이를 살피던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본격 재개(再開)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5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차이나 비욘드힐 개발사업을 조건부로 의결했다. 이날 위원회가 내건 조건도 건축계획심의를 받을 것과 환경피해 저감대책 마련, 빗물 재이용 등이 고작이다. ‘조건부 통과’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차이나 비욘드힐 개발사업은 해발(海拔) 400~500m 지역인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일대 89만㎡ 부지에 콘도를 비롯 호텔과 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 총 7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중국기업인 세흥국제와 아덴힐리조트 사업자인 그랑블제주 R&G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유)흥유개발이 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이로써 원희룡 도정(道政)에 의해 중단됐던 대표적인 4개의 사업 중 현재 남아있는 것은 상가관광지 조성사업과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뿐이다. 문제는 이들 대규모 사업 예정지가 모두 ‘애월읍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해당 지역으로선 얼마간의 이득과 개발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의 미래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성명을 내고 “차이나 비욘드힐은 ‘공존(共存)과 청정(淸淨)’이라는 제주의 미래비전과 가치에 부합되지 않는 사업”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평화로 주변의 ‘대표적인 흉물(凶物)’로 지목되는 아덴힐 리조트 옆에 대단위 분양형 숙박시설을 짓겠다는 것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난개발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산록도로에서 한라산 방면은 개발사업과 관련 일종의 ‘마지노선’이었다. 차이나 비욘드힐 사업이 진행된다면 한라산과 중산간 경관의 훼손은 피할 수가 없다. 또한 다른 사업에도 빌미를 주는 등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개발사업에도 제주도정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공존과 청정 등 제주의 미래비전과 가치를 말하기 전에 ‘도정의 개발철학’부터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