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는 판례로만 다뤄
지난해 법에 권리금 규정 신설
임차인 보호받을 권리 ‘의미’
회수 기회만 보호한 점은 아쉬움
임대인 권리금 지급 의무는 아니
관계법 숙지 선의피해 없어야
제주 전래의 풍속인 신구간이 지났다. 제주의 신구간이 ‘대한 후 닷새부터 입춘 전 사흘까지’이니 올해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였다. 세태가 변한 탓일까. 좀처럼 변하지 않을 듯 여겨지던 제주 특유의 이사철 신구간도 올해에는 예전의 상황과는 달라 보였다. 그 기간 거리에서는 이삿짐 행렬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풍경을 떠나, 낯선 곳으로의 이사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 주거 공간 및 생활환경이, 이웃이, 자녀들의 학군 등이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포 이동 및 영업활동은 임대차관계 등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상가건물 임대차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투입한 권리금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권리금이 과거에는 판례로만 다루어져 왔다. 그런데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권리금 규정이 신설됨으로써 비로소 권리금은 제도권에 진입하게 됐다.
여기서는 권리금 규정 중 몇 가지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면,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 평가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나 다른 한편 아쉬운 점이 없지도 않다.
그것은 권리금은 임차인에게 회수 기회를 보호해주는 것일 뿐 임대인이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즉, 건물주인 임대인에게 권리금 지급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임차인은 계약기간 중 점포를 양도하는 경우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과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신규 임차인의 임대차 기간은 종전 임차인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해서 5년에 국한될 뿐이다. 그래서 그 기간 내 영업활동을 통해서 입점 때 지급한 권리금의 회수가 가능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그의 몫이다.
또한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 하게 하는 행위, 주변 상가보다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결과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권리금을 지급 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상가건물 임차인 전부가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권리금 적용 제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00㎡ 이상의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국·공유의 지하상가나 상가·전문점·전통시장 등은 권리금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정 내용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금 관계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경매 낙찰자에 대하여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따라서 이 경우 임차인의 권리금은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임대인의 경우는 어떤가. 무릇 법률은 균형을 이루어야 하기에 건물주인 임대인에게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간의 임대차계약을 거절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두고 완전한 법률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권리금 문제는 앞으로도 여전히 분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사유에 대한 규정이 애매모호한 데다가 임차인이 건물을 아직 사용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력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등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기는 하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듯이 법률도 결국 변천하는 것이기에 미비한 점은 추후 보완되고,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