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권역외상센터 어떻게 가야 하나
제주권역외상센터 어떻게 가야 하나
  • 이민구
  • 승인 20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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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증외상 사망률 감소 가능
전문인력 확보 등 병원 의지 중요

보건복지부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권역외상센터 지원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 2012년 8월부터 지원 대상병원을 공모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미 지정돼 있던 독립형 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을 포함해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총 14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됐다.

권역외상센터란 365일 24시간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중증외상은 주로 자동차의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교통사고와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장기손상·과다출혈 등이다.

제주지역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발생률을 보면 제주지역은 767.9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또 이로 인한 부상자 발생은 1,145명이며, 이 가운데 중증외상환자는 864.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권역외상센터 유치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섬이다 보니 다른 지방 의료시스템과 연계가 어렵고 관광객 및 이주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되고 있어 어느 지역보다도 권역외상센터 설치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 외상진료 및 후송체계의 문제다. 제주지역은 1시간 생활권이므로 외상환자를 치료 가능한 ‘골든타임’ 안에 의료기관으로 후송한다면 현재 30%를 웃도는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병원 등이 외상진료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환자는 관할 혹은 근거리 병원에 이송됐다가 뒤늦게 치료 가능한 대형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외상진료 및 후송체계가 순조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지역현실을 감안하면 권역외상센터의 유치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향후 권역외상센터 유치시 운영 방향이 중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권역외상센터에서 시설·장비 등의 하드웨어는 공통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에 병원 실정에 따라 약간 다를 수 있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핵심은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외상팀의 경험과 전문성, 적절한 인력구조, 타 진료과와의 유기적 연계, 그리고 체계화된 진료 프로세싱 등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권역외상센터의 원활한 운영은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대한 병원 측의 긍정적인 철학과 확고한 의지가 바탕이 돼야 한다. 다시 말해 병원이 앞장서서 전문의가 외상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구조와 문화를 만들고, 전문화된 외상 인력을 지속적으로 발굴 육성하며, 외상센터가 외상환자의 치료를 책임질 수 있도록 권위를 부여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관리 및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한라병원은 지난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힘써왔다. 지난해 12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중증외상센터도 대전에서 권역외상센터장을 역임했던 필자를 비롯한 외상전문가로 구성해 여느 권역센터에 뒤지지 않는 외상진료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사실 외상센터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권역센터로 지정됐다고 해도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제주한라병원은 제주도 응급 및 외상 진료체계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제주도민의 건강권 확보라는 대명제를 위해 과감하게 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벌써 기 선정된 권역외상센터에서는 병원 측의 의지 부족 등으로 실제 일하는 외상팀과 갈등을 빚으며 문제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만 해주면 잘하겠다는 병원은 매우 많다.

그러나 선정 이전부터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잘하고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 미리 준비하고 장기적 안목을 가진 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돼야 원활하게 운영, 발전시킬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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