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정의 핵심 가치를 담은 ‘제주미래비전 수립 용역’과 관련 도의회가 집중 성토하고 나섰다. 심지어 17억원이란 거액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미래비전은커녕 ‘정책 참고자료’조차 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일 용역진과 관계 공무원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제주미래비전 수립 용역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포문(砲門)은 고태민 의원(새누리당)이 먼저 열었다.
고 의원은 “이번 용역에는 미래 제주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 없이 일반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實行) 방안을 담지 못해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주의 생명산업인 1차 산업과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문제, 복지정책에 대한 언급이 부족해 이 용역을 폐기(廢棄)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허창옥 의원(무소속)은 “제주의 농업인구가 20%에 이르고 GRDP(지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용역에는 1차 산업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박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용역 자문단에 1차 산업 전문가가 단 한명도 없고, 전반적인 실행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제주가 우리나라 해양면적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번 용역엔 단 1페이지만 언급하고 있는 등 이 계획은 사실상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분도 인재양성에 대한 부분은 담아내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 수준에 머물고, 복지계획 또한 ‘선별적이고 소극적인 복지’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조판기 연구원은 “청정과 공존의 가치에 맞는 것을 선별해 용역에 반영하다 보니 일부 사안에 대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용역의 비전 자체가 ‘구상적(構想的) 성격’의 계획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담아내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이번 용역은 중간 보고회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특히 ‘실행 여부’와 관련해선 용역에서 제시된 과제들이 대부분 원희룡 지사의 임기 후로 계획되어 있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때문에 ‘실행담보 없는 아주 비싼 보고서’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었다.
용역진이 내건 미래비전 슬로건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共存)하는 청정제주’였다. 개념적으론 어느 정도 이해가 되나 ‘감동’으로 다가오진 않는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제주미래비전 용역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