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관이나 회사의 기구표(機構表)에 표기된 ‘자리’는 필요성 때문이다. 즉 기관이나 회사의 업무 수행을 위해 ‘있어야할 사람’이라는 얘기다. 제주특별자치도 또한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중간 책임자인 담당(5급)의 공석 상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이뤄진 제주도 정기인사 이후 본청 내 실과의 담당 공석은 22개다. 직속기관 및 사업소 현황까지 포함하면 담당 전체 공석은 29개에 이른다고 한다.
원인은 정원으로 보장되는 정규조직 외에 T/F팀 등 임시조직 운영 때문이다. ‘현안’ 처리를 명분으로 기획단 등을 꾸리면서 필요 인력을 정규 조직에서 빼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공석인 된 담당 업무의 ‘부실’이다. 담당의 업무를 다른 직원들이 나눠 처리한다고 해도 중간 책임자인 사무관의 부재는 업무에서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불필요한 사람이고, 기구표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특히 공석인 담당의 업무는 4·3공원관리, 문화예술·버스행정·시장골목상권 등 제주의 현안과 서민 삶과 직결된 것들도 적지 않다. 정책의 경중에 대한 제주도의 의식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5급 돌려막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한 담당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는 개연성이 크다. 지난해 1월 정기인사 당시엔 담당 공석이 직속기관 및 사업소 포함해 14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불과’ 1년새 15개가 늘어 갑절을 넘었다.
도정의 ‘행정편의주의’를 지적한다. 어떠한 업무든 도청 내에 해당 부서가 있을 것이고, 그 부서별 성과를 수합하면 될 텐데 툭하면 차출이다. 이 경우 업무의 효율성 등을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허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본연의 업무를 1년 이상 방치하고 다른 일을 시킨다는 것은 내 자식 밥 굶는 데 사회봉사 다니는 격이다. 남들이 알면 웃을 일이다. 원칙이 중요하다. 집행부 업무에서도 ‘기구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