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의 ‘갑질’이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마주(馬主)는 돈 있는 사람들만이 해야 한다’는 암묵적(暗黙的) 지침이 바로 그것이다.
마사회 제주본부는 최근 신규 마주(개인·법인·조합)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이후 10년만의 매우 반가운 일로, 모집기간은 내달 18일까지다. 하지만 모집자격을 보며 생산자단체 등은 눈을 의심해야 했다. 마주의 자격기준이 다름 아닌 현재의 ‘재산(財産)’을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가 밝힌 모집자격을 보면 평균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이거나 최근 2년간 평균 연소득 1억5000만원 이상, 그리고 2년 평균 재산세 280만원 이상 혹은 최근 1년간 월 평균 잔액 금융자산 4억9000만원 이상인 사람들로 한정했다. 영세생산농가들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조건들이었다.
지난 2006년 생산자마주 정책 시행 이후 상당수 농가들은 ‘우리도 마주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주마(競走馬) 생산에 주력해왔다. 그런데 막상 돌아온 것은 자신들을 배제한 채, 사실상 고액 소득자들에게만 마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것이었다.
평소 말산업을 통한 국가경제발전 기여 운운하면서도 마사회는 경주마 생산농가들을 껴안기는커녕 오히려 ‘가진자들’을 우선시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조치는 최근의 ‘금수저 논란’과 맥(脈)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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