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된 풍경' 임춘희, 김명진 기획전시, 기당미술관서 31일까지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한다. 작가들은 비움의 시간을 ‘이완(弛緩)’이라 표현하고 있다. 소유와 축적이 욕망되는 시대에 비운다는 것은 불안하기만 한데도 이들은 새로움에 대한 탐닉과 무거운 기억은 그저 세월의 흔적일 뿐이라고 작품에 새긴다.
임춘희, 김명진 두 작가가 1년 동안 제주에서 체험한 제주의 이야기들을 작가 인생의 불확실함과 유년기억들을 꽤나 진지하게 캔버스에 스며냈다.
임 작가의 그림에서 감지되는 것은 불확실함이다. 그는 바닷가에서 주어 온 낡은 합판과 그 위에 몇 번의 붓질을 더해 절제된 사람의 얼굴을 완성했다. 무표정한 인물들의 얼굴이 그러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그의 작품에는 숲이나 나무, 자연을 배경으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방전된 것이 충전되면 붉은 것이 녹색 빛으로 변하듯 그는 작품에 도시적 삶이 야기한 긴장에서 벗어나 치유되고 싶다고 말한다.
김 작가의 작품은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상들이 반영됐다. 바닷가에서 주어온 폐품들을 조립해 소품들을 만들고 언제 어디선가 본 데자뷰처럼 표현해냈다.
큐레이터 이경은씨는 “속도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이완된 풍경’은 깊은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일기장이나 앨범을 들쳐보는 것처럼 현실의 무게를 덜어내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쉴 틈 없이 달려왔을 새해 첫 달의 마지막 주말 기당미술관에서 제주의 ‘이완된 풍경’ 기획전시전을 감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문의=064-733-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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