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에 ‘새 삶’ 주고 떠난 19세 ‘天使소녀’
27명에 ‘새 삶’ 주고 떠난 19세 ‘天使소녀’
  • 제주매일
  • 승인 20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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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를 섰다. 실수를 할까 상상했지만 안 틀린 것 같다. 하느님의 도우미가 이렇게 신기한 것인지 몰랐다. 내가 만약 하느님의 도우미가 되면 천사처럼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가 천국에서 하느님이랑 지낼 것인데…”

김유나 양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첫 복사를 선 후 쓴 일기다. 복사(服事)는 천주교에서 사제의 미사 집전을 돕는 어린이나 신자를 말한다. 일기에는 천진하고 순수한 신심(信心)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올해 19세인 김 양은 유학생활 중인 미국에서 지난 21일 오전 1시(한국시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릴 적 소원처럼 ‘천사(天使)’가 되어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유나 양은 제주에서 노형초등학교와 아라중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 큰 이모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크리스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하느님의 도우미로 살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침 등굣길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고, 갖은 노력에도 불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결국 뇌사판정을 받았다. 급거 미국으로 건너간 유나 양의 부모는 평소 ‘주변에 빛이 되고자 했던’ 딸의 뜻을 기려 27명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는 빛(각막)과 사회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피부), 투석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행운(신장) 등을 다른 이에게 선물하고 스스로는 ‘빛’이 된 것이다.

장례식은 2월6일 제주시 노형성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하느님의 영원한 도우미’가 된 유나 양의 명복(冥福)을 삼가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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