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교육의 새로운 지평 ‘큰 의미’
학생 눈높이서 ‘따뜻한 교육’ 기대
제주교육은 올해 3월 새 학기부터 공립 대안교육기관을 설치·운영한다고 한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진정한 참교육의 진가가 발휘되는 출발이기에, 오래전부터 대안학교 설립을 학수고대했던 만큼 환영과 찬사를 보낸다.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기쁨과 설렘, 아니면 우려로 만감이 교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교육 현장의 문을 학교 교실 밖에서 새롭게 연다는 자체가 제주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대단한 의미인 것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1977년 석래명 감독이 제작한 영화 ‘고교얄개’가 문득 떠오른다. 영화를 회상해 보면 학교 현장과 사회에서 골칫거리라고 하는 학생들의 학업부적응·학교폭력·이성문제·교권침해 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것이 없는 것 같다. 영화는 같은 반 말썽꾸러기 두수(이승현)와 영호(진유영), 모범생 호철(김정훈)과 학생들을 이해하고 관심으로 함께하는 백상도(하명중) 총각선생님 등을 통해 그 시대의 학교문화와 학생들의 생활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말썽꾸러기 두 학생은 모범생 호철 학생을 괴롭히는 것은 다반사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에게까지 온갖 짓궂은 장난과 조롱을 일삼는 문제 학생으로 지금 같으면 퇴학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진 한 선생님과 주변 동료·사람들의 관심으로 퇴학을 면하고, 오히려 공부 잘하는 모범생보다 의리와 봉사정신 등 학교의 리더로 거듭나는 청소년기 학생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시대를 넘어 학교가 제대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육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의 기회 등 많은 교훈을 담고 있어 대안교육기관 출범을 앞둔 제주교육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왜 학생들이 학업부적응, 학교폭력, 음주 및 흡연, 비행 등 각종 문제들을 일으키는지 새로운 시각에서 학생들의 언행을 바라보고 훈육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단편적으로 학생들의 행동을 판단, 문제아·학교부적응으로 치부해 온 건 아닌지 되돌아보는 기회도 필요하다고 본다. 기성세대는 아이들이 한 때 공부를 포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사람구실 제대로 하겠냐며 일방적인 ‘편견’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모든 학생에게 학교 교육만이 전부인 것처럼 고집하면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수많은 학생들이 학업중단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 사회에 험난한 길을 가도록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이러한 학교 틀 안에서 좋든 싫든 버터야 했던 경직된 교육이 대안교육이라는 수요자 중심 맞춤형 교육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은 정말 잘된 일이다. 학생의 시각에서 또 다른 다양한 교육방향에서 학업부적응·학교폭력 등 학생들의 문제 해결에 많은 기여할 것이다.
학생들이 몸부림치며 말하고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은 기존의 일률적 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포용하지 못하는 ‘2%’일 수도 있다. 어른들보다 더 통찰력 있게 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학교는 학생들의 행동이 철없다고 못됐다고 치부만 하지 말고 다른 대안들을 찾아 줘야 한다.
앞으로 대안교육기관이 어떻게 운영될지는 모르지만 더 큰 틀에서 진일보 하는 대안학교로 거듭나길 바란다. 또한 첫 출발인 만큼 학교 교육과정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력을 살리고 세상의 견문을 넓히며 자존감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운영하면 대안교육은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학생들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누군가의 자그마한 조력만 있으면 아무리 세찬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처럼 미래의 주인공으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장식할 것이다. 당장은 못되고 괴팍한 녀석이지만 그가 바라는 바를 알고 인도하면 모두가 선한 양이 될 수 있다. 제주의 대안교육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2016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