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고립(孤立)됐던 제주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열렸다. 25일 오후 2시48분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가 첫 이륙한 이후 제주국제공항 운영은 대부분 정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숱한 문제점을 노정시켰다.
26일자 모 중앙일간지는 한때 제주공항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며 저가항공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선착순 대기표 발부로 공항라운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콜센터마저 두절됐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서도 무계획적이고 수준 이하의 서비스를 보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23일부터 2박3일을 꼬박 공항에서 보냈다는 한 승객은 “400번대 대기번호를 받았는데 하루속히 제주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마땅한 숙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공항 노숙(露宿)을 택했다는 또 다른 관광객은 “행정에서 스티로폼 등을 나눠 줬는데 이마저도 충분치 않아 탑동 인근의 편의점까지 찾아가 돗자리를 사서 깔고 잤다”고 말했다. 숙박 대란(大亂)으로 노숙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면 체육관 등지에 임시 거처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당국의 제설(除雪) 작업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민모(39) 씨는 “국제적인 관광지라는데 제설작업은 후진국 수준이었다”며 “두 번 다시 제주도에 오고 싶지 않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와 함께 외국인관광객 등을 위한 통역서비스 부재(不在), 담요나 스티로폼 등 긴급 구호장비의 늑장 지원, 결항에 따른 교통·숙박 등의 미흡한 대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아무리 천재지변(天災地變)이라고 하나 비상사태에 대한 종합적인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제주도가 너무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었다.
한편으로 각계의 봉사 및 온정이 ‘최강 한파’를 그나마 녹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소 늦었지만 제주보건소를 비롯해 제주대병원과 한라·중앙병원 등이 현장 응급진료실을 운영하며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고, KT와 SK텔레콤 등은 체류객들의 편의를 위해 휴대전화 충전서비스를 실시했다.
또 캔커피와 초코과자, 오메기떡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업체와 개인들의 온정(溫情)이 잇달았다. 이밖에 SNS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도 무료 숙박을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글들이 올라오는 등 아직은 식지 않은 제주민의 따뜻함을 보여줬다.
이번과 같은 비상(非常)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폭설이나 강풍 등을 막론하고 각종 재해(災害)에 대한 대비책이 평소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주자치도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운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