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은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이 좋아하는 음식은 그 사람의 식성과 취향을 알려주고, 지역의 음식은 그 지역의 토양과 기후, 주민들의 삶의 형태를 담고 있다. 음식이 지역의 문화 자원으로 조명받는 이유도 이와 같다.

제주대학교박물관(관장 허남춘)이 ‘할망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이야기’를 최근 발간했다.
책은 제주도 할망 하르방들이 구술로 풀어낸 제주전통 음식 20가지를 싣고 있다.
빙떡의 주 재료는 무와 메밀이다. 이 중 메밀은 농경의 신 ‘자청비’가 하늘에서 가져온 곡식 종자 중 하나다. 거친 화산섬의 구황작물이기도 했다. 지금도 제주지역의 메밀은 전국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다.
질 좋은 단백질을 풍부하게 가진 콩은 제주 인들의 일상의 보양식이었다. 여기에 바람이 빚어낸 양식 보리, 잔치의 주연 돼지, 제주목축의 상징 말과 원담 속의 멜, 제사의 시작 고사리 등은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생활 곳곳에서 공통의 양식으로 자리한 제주의 식재료다.
제주 인들은 이러한 재료를 토대로 빙떡과 콩죽, 고사리육개장, 자리젓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제주 전통의 음식은 그 자체가 제주의 농사 풍경과 바다 밭, 의례, 신화, 목축문화를 품고 있는 응집체인 셈이다.
특히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망 하르방들이 구수하고 베지근하게 풀어내 독자들에게 제주의 옛 일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책은 제주대학교박물관 문화총서 제2권으로 출판된다. 제주대박물관 문화총서는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15년 지역문화콘텐츠 출판지원사업’에 따른 것으로, 허남춘·허영선·강수경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허남춘 박물관장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참된 삶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학생들의 지역문화교육 교재나 문화관광 홍보 교재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야기섬·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