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22일 오전, 제주시내 모 유치원 어린이들이 지붕 잇기 체험을 위해 장갑을 나눠 끼고 제주교육박물관 야외전시장으로 올망졸망 모여 들었다. 체험에 참가한 7살 지혁이가 자신 있게 먼저 ‘호랭이(새를 꼬는 도구)’를 돌리겠다더니 얼마 못 가 새(띠)가 끊어지자 실망스러움에 입술을 쭉 내밀었다.
옆에 있던 동호는 “성읍민속마을에서 초가집을 본 적이 있다”며 친구들에게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으쓱대며 뽐내기도 했다.
제주교육박물관은 이날 과거 조상들의 지혜를 후대세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조상들의 지혜, 제주 전통초가 지붕 잇기’ 체험행사를 운영했다. 전통방식 그대로 전통초가 2채의 지붕과 풍채의 새(띠)를 교체하기 위해 매년 1월부터 3월 사이 행사를 진행 중이다.
현대 건축물들이 늘고 사람들은 편리함만을 중시하게 되면서 사라져가는 옛 것들을 후대세대가 기억할 수 있도록 박물관이 체험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제주초가는 바람이 강하고 비가 잦은 제주기후에 맞춰 타 지역과는 달리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다. 지붕의 두께는 육지보다 두껍고, 새를 일자매기 보다는 촘촘하게 매는 등 더욱 튼튼하게 지어졌다. 또 결혼한 자녀가 부모와 독립적으로 살기위해 안채와 바깥채를 별동 형식으로 지었다. 이는 ‘ㄱ’, ‘ㄴ’ 형태를 갖춘 육지 민가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체험장에서 만난 전통초가 잇기 기능보유자 조태관(81)씨는 어린 시절의 경험은 생소하지만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며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교육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씨는 “제주도는 옛 선인들의 전통을 잇고 전달해줄 수 있는 교육공간이 없다”며 “어릴 때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경험으로 배우게 되면 옛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들어 전통적인 제주초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며 “일반인의 수요도 없고 초가집을 만드는 재료나 알릴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전승 보전의 한계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