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DC 공항 면세점 임대료 과다
지난해 면적 897평에 606억원
13년 누적액 3500억원 육박
문제는 ‘삥’과 같은 영업료율
과감히 부딪혀 갑질 타파 나서야
공항 밖 면세점 개설도 대안
2016년 제주의 이사행렬이 시작됐다. 신구간이 대한 후 닷새부터 입춘 전 사흘까지이니 올해 신구간은 내일(26일)부터 내달 1일까지다. 주택 공급이 연중 이뤄지고 젊은이들의 사고가 바뀌면서 신구간 수요가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신구간은 신구간이다.
집 없는 설움에 언제나 춥게만 느껴지는 신구간이다. 근데 올해는 유독 더 춥다. 32년만의 폭설과 한파에 제주가 온통 얼어붙었다. 그래도 서로 일정에 맞추기 위해선 이삿짐을 싣고 빙판 위를 아슬아슬하게라도 달려야 한다.
집 없는 설움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집세가 오를 때다. 그리고 자식 학교나 직장 때문에 집을 옮기지 못 할 상황이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오른 집세를 내는 수밖에 없다. 자식들 학원비까지 아껴가며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온 돈을 ‘독한’ 집 주인에게 털리듯 줘야 한다면 그야말로 피눈물이 날 일이다. 보란 듯이 방을 빼고 나가면서 “잘 먹고 잘 사시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러질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꼭 이 모양새다. 제주국제공항 내에 장소를 임대,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집주인’인 한국공항공사에 지불하는 면세점 임대료가 상상을 초월한다.
13년 사이 액수는 1700%나 늘었다. 매장 및 창고·사무실 면적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1000% 가까운 인상률이다. JDC 공항면세점의 전용면적은 2002년 12월24일 개점당시 1693㎡에서 2015년 2961.24㎡까지 1.7배로 늘었다.
임대료는 2003년 35억원에서 2006년 116억·2009년 247억원·2011년 407억원·2014년 460억원과 지난해 606억원 등이다. 2015년 임대료 606억원을 연 2%의 금리를 적용해보면 ‘897평 임대에 3조300억원 짜리 전세’라는 계산이 나온다.
원인은 면세점 매출액의 지속적 증가와 함께 ‘갑’인 공항공사가 계속 올린 영업요율 때문이다. 면세점 임대금액은 임차료에다 매출액에 비례하는 영업료가 더해진다. 영업료는 갑인 공항공사가 손 하나 까닥하지 않으면서 ‘을’인 JDC 장사가 잘되니 거저 가져가는 돈이다. 세입자 입장에선 ‘삥’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공항공사에 지불되는 영업료는, 자식 학원비 아껴가며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놓은 돈처럼,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과 추진을 위한 종자돈이란 점이다. 지난해까지 누적금액이 3500억원에 육박한다. 이 정도면 면세 구역을 하나 짓고도 남을 것 같다.
앞으로 매출액이 증가 할수록 공항공사의 ‘삥’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 많은 제주개발의 종자돈이 공항공사 배불리기에 쓰일 판이다. 그야말로 ‘재주 부리는 놈 따로 챙기는 놈 따로’다. 이 정도면 공생은커녕 기생, 아니 강탈 수준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임대료가 관건이다. 300억원도 과하다고 본다.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양보하자. 목 좋은 데 집을 갖고 있는 집주인이다.
그리고 300억원 수준의 차액은 제주개발이나 지역을 위해 쓰자. 공항공사 제주지사의 이름으로 제주도에 기부를 해도 좋을 듯하다. 상생이고 나눔이다. 300억원이면 요즘 시끄러운 누리과정 때문에 정부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다. 도내 어린이 모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공짜로 다닐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JDC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임직원들은 내 주머니에서 임대료가 나가는 것처럼 절실해야 한다. 벌어서 주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눈 먼 돈’으로 보는듯한 공항공사와 다를 바가 없다.
JDC는 공항공사에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윈윈’이 안되면 치킨게임이라도 하라. 치킨게임에선 공항공사가 ‘을’일 수도 있다. 900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연간 600억원, 아니 최소한 300억원의 수입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이라고 했다. 죽기 살기의 각오로 덤벼야 한다. 그렇다고 JDC가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제주관광공사처럼 공항 외부에 면세점을 마련하면 된다. 다소의 수입 감소나 불편이 있더라도 불합리하고 과도한 ‘갑질’은 부딪혀 타파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