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인식 변화·주택 연중 공급 영향
전셋집에 살다가 지난해 집을 장만한 강모(39)씨는 이달 초 이사를 마쳤다. 집수리가 끝나는 시점을 택하다 보니 신구간이 아닌 날에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강씨는 “집을 산 다른 친구들 역시 지난해 말에서 이달 초 사이에 이사했다”며 “신구간에 대한 개념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의 전통 이사철인 ‘신구간’이 옛말이 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신구간을 고집하지 않고 이사를 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는 데다 주택 공급 역시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연중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도내 이삿짐 업계에 따르면 이삿짐 센터의 최대 성수기인 신구간 이사 물량이 예년과 비교해 30% 가까이 감소했다.
그나마 규모가 큰 대형 이삿짐 센터들은 신구간이 시작되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하루 평균 7~8건의 이사 예약을 받아 놓은 상태다.
그러나 소규모 이삿짐 센터의 경우 예약 건수가 하루 평균 1~2건에 지나지 않는가 하면 예약을 받지 못한 곳도 상당수다.
한 이삿짐 센터 관계자는 “신구간에 집을 옮겨야겠다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예약이 크게 감소했다”며 “과거에는 특수를 노리고 수도권에서 원정을 오는 업체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처럼 신구간 이사가 줄어든 것은 신구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들이 편할 때 이사를 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등 세태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모(35·여)씨는 “신구간에는 날씨도 추운 데다 이사 비용도 올라 지난 가을에 이사를 했다”며 “신구간 보다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이나 가을에 이사를 하는 게 여러 면에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기간을 겨냥해 짓는 공동주택이 줄어드는 등 주택 공급 역시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연중 이뤄지는 점도 신구간 이사가 점차 사라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하는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신구간을 겨냥한 공동주택 물량도 감소하는 추세”라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신구간은 제주의 오랜 풍습 중 하나로, 대한(大寒) 후 5일째부터 입춘(立春) 전 3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올해 신구간은 26일부터 2월 1일까지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이 기간에 이사를 하면 궂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