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미래비전 수립 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실행(實行)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용역에서 제시된 과제들이 대부분 원희룡 지사의 임기(任期) 이후로 계획되어 있는 탓이다. 일각에선 “17억원에 달하는 혈세(지방비)를 들여가며 굳이 이런 용역을 해야 했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19일 제주도청에서 최종보고회를 개최한 용역진이 내건 미래비전 슬로건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共存)하는 청정 제주’였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감동’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이를 실현하는 6대 부문의 기본구상도 내놨다. △생태·자연 청정 △편리·안전 안심 △성장 관리 △상생 창조 △휴양·관광 △문화·교육·복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용역진은 6대 부문별 정책의 실천전략(과제)을 단기(2015~2019)와 중기(2020~2030), 초장기(2030년 이후) 등 3단계로 구분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용역진이 제시한 실천전략 95개 중 원희룡 지사의 임기 내에 시작되는 ‘단기’는 전체의 35.7%인 34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원 지사 임기 이후로 미뤘다. 특히 15년 후인 ‘초장기(超長期)’ 분류 과제만 23개(24.2%)에 달했다.
더욱이 실천전략 가운데 새롭게 발굴된 과제는 전체의 1/3 수준인 33개에 그쳤다. 그 외 60여개 과제는 기존 사업 유지 및 계획 보완, 그리고 일부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는 선에서 실천전략이 수립됐다.
용역의 주책임자인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제주미래비전 용역은 최소 50년 앞을 그리는 말 그대로 ‘비전’이라며, 외국에서도 미래전략을 50년 단위로 준비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용역도 제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나름대로 설정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견엔 우리도 동의한다.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 계획의 실행과 관련 과연 연속성(連續性)이 담보될 수 있느냐다. 원 지사 재임 시에는 자신이 만든 미래비전을 추구하겠지만, 2년여 뒤 지사가 바뀌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이번 미래비전 용역에 대해 “실행담보 없는 아주 비싼 보고서”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