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겉핥기’에 그치는 농촌현장 방문
‘수박 겉핥기’에 그치는 농촌현장 방문
  • 제주매일
  • 승인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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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겨울장마 등으로 농민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가격이 폭락한 감귤은 상승 기미가 없고 월동(越冬)채소 또한 극심한 처리난을 겪고 있다.

농정당국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거의 매일 농업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장(現場)을 찾는다고 하면서도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누고, 수렴한 의견을 어떻게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와 관련한 어떠한 기록도 없기 때문이다.

“현장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일일이 기록을 하지 못해 공식적인 문서는 없다”는 도 관계자의 변명엔 실소(失笑)마저 나온다. 이 같은 ‘수박 겉핥기’식 현장 방문은 도의회에서도 성토 대상이 됐다.

제주도는 최근 ‘감귤 및 월동채소 처리대책에 대한 긴급 현안보고’를 통해 월동채소 현황을 밝혔다. 조생종 양배추의 경우 주간 평균가격이 3483원(8㎏당)으로 2014년 대비 3%가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상품’을 기준해 산정한 것으로 농민소득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제 같은 기간 가락동에서 거래된 양배추의 전체(상·중·하품) 평균 가격은 2725원이었다. 이마저도 이달 4일 이후에는 2000원대로 추락(墜落)했다. 인건비와 운임, 경매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농민들에게 돌아오는 수입은 고작 한 망사(8㎏)당 1000원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박원철 도의회 농수축위원장은 작심한 듯 농정당국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감귤은 수확하면 할수록 적자(赤字)가 발생하고 있고, 양배추의 경우 지속적인 시장격리 요청을 했으나 묵살하는 등 근시안적 행정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현장 방문을 한 것은 맞지만 대부분 읍면장이나 농협관계자 등을 만났을 뿐, 정작 현장(농민들)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대 최악의 농정(農政)’이란 소리도 그래서 나온다는 질타였다.

농정당국은 이런 비판을 고깝게 듣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농사도 정성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관리대책 역시 정성(精誠)이 깃들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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