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이미 옛날 옛적의 일이다. 근래 들어 학부모와 교사 간의 시비(是非)를 법적으로 가리겠다며 고발 및 고소, 진정을 넣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최근 제주시내 모 고교 학부모가 교사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 거꾸로 해당 학부모를 ‘교권(敎權) 침해’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조치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부모는 지난해 10월 담임교사와 3학년인 자녀가 조퇴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는 사실을 듣고 이튿날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에게 ‘경멸적인 표현’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또 119차량을 불러 자녀를 병원에 입원시킨 뒤 치료비와 ‘굿’ 비용으로 1000만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당 학부모는 다음 달 담임 및 동료교사를 ‘폭행과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보고받은 교육청은 학부모가 계속 금전을 요구하는 등 명백하게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 결국 관할경찰서에 고발조치했다.
이 같은 사례는 한 두건이 아니다. 도내 모 초등학교에서는 자녀가 재학하는 학교의 교감을 학부모가 제주도감사위에 조사 의뢰했다. 자녀가 상급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파면(罷免)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감사위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진상을 알 수 있겠지만 존중과 배려보다는 걸핏하면 ‘법(法)대로…’를 외치는 사회 풍조가 어느새 교육현장에도 스며든 것이다.
도교육청이 파악한 제주지역 교권침해 건수는 지난 2011년 112건으로 정점(頂点)을 찍은 이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상식과 관례를 벗어난 일들이 아직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정황들은 ‘가치관의 전도(顚倒)’ 현상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 기저에 일부 몰상식한 학부모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계 역시 제 역할을 얼마 만큼 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 할 것이다.
‘교권의 실추 내지 추락’은 어느 일방의 책임은 아니다. 이를 학부모나 학생들에게만 돌려서도 안 된다. 현재 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은 가슴에 손을 대고 냉정하게 자문(自問)해 봐야 한다. 과연 내가 ‘교사’라는 단순 직업인에 만족하고 있는지, 아니면 ‘스승’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