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는 ‘옥돔’이라는 한 단어를 두고도 각 지역 마다 솔래기, 솔라미, 생선 등으로 달리 부른다. 서로 다른 행정체제 또는 독특한 문화가 다양한 언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렇듯 언어를 보면 그들의 삶과 문화도 알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는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책임연구원 강영봉)에 의뢰해 제주문화 원형이 담긴 24권의 1차 ‘제주어 구술 채록’ 보고서를 14일 발간했다. 제주도 차원에서 제주어 기초 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조사 작업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들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24개 마을(매년 12개 마을)의 80세 이상의 노인들을 선정해 1권 분량의 질문지를 토대로 제주어를 채록했다.
제주어 구사자들이 고령이 되며 그 수가 급속하게 줄어들자 어느새 제주어가 유네스코(UNESCO)에서 선정하는 ‘소멸위기의 언어’로 분류됐다. 보존을 위한 노력 없이는 제주 땅에서 언젠가는 제주어를 듣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제주학 연구의 바탕이 될 자료로 ‘구술’과 ‘어휘’를 선택했다. ‘구술’은 조사 마을, 제보자 일생, 밭일, 들일, 바다일, 의·식·주, 신앙, 세시풍속, 놀이, 통과의례, 민간요법, 경험담 등이다.
또 ‘어휘’는 인체, 육아, 친족, 의복, 음식, 가옥, 생업, 수와 단위, 민속, 신앙, 자연, 동물, 식물 등으로 구성했다.
특히 연구진은 제주어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해 타지에 나가지 않고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제주어 만을 사용하는 80대 중 후반의 노인들을 표본으로 택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제주어 채록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 등을 재조명 할 수 있는 종합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날것’ 그대로의 이번 자료들을 표준화해 교육자료 발간 등 2차 연구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작업이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봉 책임연구원은 “제주어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며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로 분류한 유네스코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들 스스로 제주어 보전에 진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 자료들을 토대로 제주어정책 수립과 연구의 기초자료 및 제주어보전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제주어연구자와 도민 등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주학아카이브(www.jst.re.kr)로도 제공할 방침이다.
한편 제주도는 올해에도 도내 12개 마을에서 채록 작업을 이어가 보고서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