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橫斷步道)는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러기에 누구든 자유롭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어야 한다. 11대 중요 교통법규 위반사항에 ‘횡단보도사고’를 포함시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힘센 자동차’들의 질주(疾走)는 횡단보도라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때문에 보행자들은 이리저리 쫓겨 다니며 마치 목숨을 건 듯 횡단을 하는 것이 다반사다. 후진적이다 못해 야만적이기까지 한 우리 교통질서문화의 현주소다.
이는 교통사고 집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제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 4명 중 1명이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에 달하는 사람이 보호를 받아야할 곳에서 비명횡사(非命橫死)하는 불운을 맞은 것이다.
지난 한 해 도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93명이었다. 이 가운데 보행하다 숨진 사람이 40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특히 보행자 사망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횡단보도 부근에서 발생했다. 횡단보도라고 일시 방심(放心)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과속 등을 일삼는 얌체운전자들의 잘못이 매우 크다.
문제는 이 같은 일들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기저엔 비도덕적이고 몰상식한 운전자와 함께 일부이긴 하나 다소 어두운 거리환경, 그리고 당국의 단속소홀 등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을 터다.
교통사고는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어느 순간 지금의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뀔 수도 있다.
따라서 건전하고 건강한 교통질서문화를 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어떤 가치도 인간의 생명(生命)보다 우선하진 않기에 각계의 선도적인 노력과 협력이 시급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