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일’ 시작 10년째
다문화가정도 그간 노력하고 발전
언어 공부·지역사회 봉사까지
최근 고민은 ‘중도입국 자녀’들
그들 특기·강점 살린 사업 바람직
본국 방문 활동 등서 자신감 확립
새해가 되면 새로움이 있다. 1월1일도 어제와, 그리고 내일과 결코 다르지 않은 하루임에 분명하지만 던지는 무게는 확연히 다르다. 새로운 다짐과 함께 많은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리곤 어제와 같은 일상 속에 하루하루가 반복돼 한 달이 되고 1년이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문화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째다. 책장 속에 보관된 10개의 다이어리를 한권씩 꺼내본다. 지난 시간들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이어리엔 우리네 ‘역사’가 담겨있다. 사업계획에서부터 내방객의 이야기 등. 즐거운 내용보다 더 많은 안타까운 내용들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의 사랑이 더 많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10년 전 결혼 이민자들의 조기적응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언어였다. 한국어와 제주어 교육을 병행하기도 했지만 2~3개월 참여하다 생계를 위한 단순일자리를 찾아가는 경우가 발생, 교육은 종종 미완성일 수밖에 없었다.
초기 입국자들은 서툰 한국어로 일을 하면서 생활언어를 배웠다. 이러한 언어가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가정에선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특히 자녀의 요구 사항을 엄마가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의 다양한 갈등 사례들,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젠 달라졌다. 제도적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어 기초단계를 이수해야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들도 기초교육만 받고 취업하던 시기와는 다르게 5단계까지 공부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본인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이렇게 다문화가정들도 지역사회에 조기 정착과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고향방문 등 다양한 사업들이 다문화가정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일례로 ‘결혼이주여성들의 경로효친효행문화 이해실천사업’은 지역주민과 다문화가정이 하나가 되는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확산될 때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은 자연스레 개선될 것이다. 다문화가정들이 펼치는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은 지역 공동체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다문화세대가 증가하면서 중도입국 자녀, 즉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부모의 재혼이나 취업 등으로 동반 입국한 외국인 자녀들의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모국에서 사회화가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중·고등학교 청소년기에 입국한 자녀들은 더 어린 아이들과 달리 문화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중도입국 자녀들의 경우 한국어를 모르는 상황에서 도내 일반 학교에 편입해 수업 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선택과 상관없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다문화교육센터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접근성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한 곳에서 도 전역을 아우르는 데 따른 물리적·공간적 한계다. 대안으로 읍·면 지역에 시범적 예비학교 시스템을 적용, 운영하는 방법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언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특성화고에 대한 지원 방안도 절실히 요구된다. 현행 결혼이주여성 중심의 고향방문 사업을 유지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는 사업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단순한 고향방문 사업이 아닌 다문화가정 자녀로서의 특기와 강점을 살려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의 구상을 제안한다. 중도입국 자녀들이 한국에서는 ‘수동적인’ 사회적 약자일 수도 있지만 ‘본국’에서 봉사활동의 기회가 주어지면 ‘능동적’으로 활동하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게 글로벌 인재 양성이기도 할 것이다.
언제나 따뜻하고 꾸준한 지역사회의 애정과 지원에 감사드린다. 올 한해도 ‘더불어 사는 제주에선’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많은 사업들이 꼭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