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대는 이미 양털을 깎았다”
“제주국제대는 이미 양털을 깎았다”
  • 고충석
  • 승인 201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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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극복 부활 잠재력 극대화
탐라대 매각 따라 飛上 각오 다져

“겨울이 오기 전에 양털을 깎아라.” 뉴질랜드 속담이다. 봄이나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 오기 전 바로 쌀쌀한 늦가을에 양털을 깎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름에 양털을 깎으면 겨울이 오기 전에 털이 자라서 양이 보다 따뜻할 텐데 왜 늦가을인가?

이유는 양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털을 깎지 않은 양은 털만 믿고 있다가 겨울에 쉽게 얼어 죽는다. 반면에 털을 깎은 양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위기를 이겨내려는 강한 생존력이 길러져 혹독한 추위를 극복한다는 교훈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사도 이와 마찬가지다.

도민 사회에 송구하지만 제주국제대학교의 ‘부실경영’이 시작된 지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제주국제대는 사학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전 학장의 교비횡령과 이에 따른 부정적인 대학 이미지 확산, 신입생 충원율의 하락, 종전이사의 훼방과 계속되는 파행운영 등으로 대학 재정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에 2010년 교육부는 종전 탐라대학교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통폐합을 승인했고, 그 조건으로 ‘탐라대학교(교지·교사) 매각 후 매각대금 전액 교비 전입’이라는 이행과제를 부과했다. 400여억원에 달하는 탐라대 부지 매각대금이 대학에 투자돼야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합대학 출범 후에도 열악한 재정상황은 계속됐다. 이로 인해 학생들을 위한 시설환경개선은 계속 미뤄졌다. 급여 미지급 상황도 발생했다. ‘교육의 수월성’ 확보는커녕 대학의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했다. 따라서 ‘탐라대 부지’ 조기 매각은 대학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발전 역량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절대 ‘과업’이었다.

정말 질곡 같은 상황이었다. 이런 위기 속에서 교직원들은 저마다 내성을 갖추기 시작해갔다. 털이 깎인 양떼들의 본능처럼 생존을 위해서는 자발적인 출혈과 희생도 감내할 정도가 됐다. 이런 자기희생적인 생존력들이 바탕이 돼 ‘하원마을 살리기’ 같은 아름다운 미담을 만들어냈다.

대학정상화를 위한 양보와 희생으로 점철된 그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탐라대 부지 제주도 매입안’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도지사를 비롯한 제주도 관계자, 도의회 의원, 그리고 제주도민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 속에 지난 12월22일 ‘탐라대 부지 제주도 매입안’이 도의회를 통과, 확정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교직원 중 감격의 눈물을 훔친 교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교직원들이 제주지역사회에 감사해 했다.

그동안 제주국제대는 재정악화로 교육시설환경과 실험실습기자재 등 ‘교육의 수월성’을 도모하기 위한 재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새해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탐라대 부지 매각대금이 교비로 들어오면 최우선적으로 대학 경쟁력 강화와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하게 된다.

도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4년제 대학을 향해 힘차게 발진하게 된다. 미래의 제주도가 필요로 하는 산업구조에 알맞게 학과와 학부편제도 대폭 개편했다. ‘국제대학’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우리 대학을 동아시아 한류문화 거점대학으로 육성하려는 포석도 벌써 갖췄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사실, 털이 깎인 양들처럼 제주국제대 가족들은 그동안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우리들은 우리 자신을 바꾸지 않고서는 아름다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총장이 달라지고, 교수와 직원들이 달라져야 했다.

그리고 희망찬 2016년을 맞이했다. 이제부터는 그 불씨들이 학생들에게도 옮겨져야 한다. 그리고 그 불씨들이 초원의 들불처럼 맹렬하게 번져서, 저 파란 하늘 속으로 비상해야 한다. 이미 양털을 깎은 제주국제대의 미래는 희망으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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