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측 “우리들도 가장…토론·자료도 없이 일방 결정”



제주지역 119명의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이 사전 논의 없이 이들에 대한 순차적 해고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해고 결정에 앞서 이들의 기여도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몇 년이면 폐지될 정책을 위해 사람을 뽑고 행정 편의대로 해고하면서 제주도교육청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갑질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도교육청은 보도 자료를 통해 영어회화전문강사들에 대한 순차적 해고 방침을 발표했다.
2019년 이후 신규 채용을 지양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매년 계약 갱신을 통해 한 학교에 최대 4년까지 머물 수 있는 이들에 대해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영어전문회화강사는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영어 공교육 강화와 영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도입했다. 정교사들의 회화 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수업 시수 증가에 따른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 16개 시·도교육감은 교육부의 지침을 통해 인력을 선발해왔다. 그리고 어느 날 제주지역에서 폐지가 결정됐다.
도내 회화강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선발 당시 몇 년 안에 제도가 없어질 것을 알지 못 했고, 해고 과정에서 사전 언급이 없었다는 이유다. 지난 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강경식 의원 등의 주최로 열린 ‘영어회화전문강사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는 강사들의 슬픔과 분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태경 강사는 “회화강사를 철회하면서 한 번도 간담회를 갖지 않았다”며 “배려와 소통의 교육행정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초 고승희 강사는 “지금 한 가정의 가장 119명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데 결정에 앞서 어떠한 정책 토론회나 사전조사, 근거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 일방적인 결정에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강사들은 도교육청의 해고 결정이 법적, 정책적 측면에서도 명분이 적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2013년 8월)가 교육부에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무기 계약직 전환 등 고용안정대책 마련을 권고한 사항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2015년 12월)도 광주시교육청에 대해 부당해고라고 인정한 바 있다. 중노위는 사용자가 교육감이고 동일한 업무에 5년 이상 근무했을 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강사들은 회화강사 폐지가 필요할 만큼 제주지역 교실이 2009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현실적 당위론도 제기했다.
이지현 강사는 “초등의 경우 통합교육이어서 담임이 영어과목 1시수만을 위해 심도 있게 연구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우리는 공교육 현장에서 이미 5~6년간 다양한 시각과 교수 방법으로 영어 교과만을 가르쳐온 전문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교육청만 유독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을 포기하고 있다”며 “학교 현장을 무시한 졸속행정이자 행정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장에서 만난 또 다른 강사는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직장과 일인데 쉽게 뽑고 쉽게 자르는 것 모두 도의적이지 않다”며 “청렴하고 모범적이게 생각했던 도교육청에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에대해 도교육청은 “학교 영어교육이 원어민, 정교사, 영어 전담교사, 회화전문강사 등 여러 트랙으로 이뤄지고 있어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