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만발한 선거전 기대
유머 만발한 선거전 기대
  • 한경훈
  • 승인 2016.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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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이 되어야 할 선거판에 
‘웃음’ 없고 ‘핏대·독설’만 넘쳐 
‘비계 낀 돼지’ 공격 또 등장 

재미없는 선거전 유권자 외면 
정치 본질 국민에 기쁨 주는 것 
후보들 ‘유머전술’ 중요성 알아야 

미국 제16대 대통령 링컨(1809~1865)은 유머에 능했다. 상원의원 선거 합동유세 때 상대 후보가 링컨을 “말만 그럴 듯하게 하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공격했다. 링컨은 상대방의 독설을 유머로 무색하게 만들었다. “만일 제가 두 얼굴을 가졌다면 오늘같이 중요한 날, 왜 제가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청중은 폭소했고, 상대 진영은 초토화됐다.

링컨은 공격도 재치 있게 했다. “나의 상대 후보는 피뢰침까지 달린 호화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벼락을 무서워할 정도로 죄를 많이 짓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도 유머가 뛰어난 정치인이었다. 그는 1984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먼데일 후보와 맞붙었다. 민주당과 먼데일은 레이건의 나이(당시 74세)를 선거 이슈화했다. “고령이 국정 수행에 걸림돌이 된다”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런데 방송토론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먼데일이 또 나이 문제를 거론했다. 레이건이 멋지게 반격했다. “나는 나이를 이번 선거의 이슈로 만들지 않겠습니다. 상대가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청중들이 박장대소했다. 먼데일도 따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 승패는 사실상 여기서 갈렸다. 레이건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장이다. 축제에는 ‘웃음’이 있어야 제격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 현실은 사뭇 다르다. ‘핏대’와 ‘독설’만 난무할 뿐 유머는 없다. 거칠고 삭막하다.

4년 전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제주지역 4·11총선에서는 ‘돼지고기’론이 화제가 됐다. 3선에 도전하는 강창일 후보가 경쟁상대인 5선의 현경대 후보와 자신을 ‘돼지고기’에 빗댄 발언이 논란이 됐다. “초선은 돼지로 치면 60kg, 재선은 80kg이고, 3선이 딱 먹기 좋고 맛이 좋은 100kg이다. 4·5선은 비계가 껴서 맛이 없다.” 힘 있는 3선 의원으로 키워달라는 얘기였지만 비유가 적절하지 않았다.

낙선한 현 후보는 이 발언 등을 걸어 강 후보가 자신을 모욕했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한때 의원과 보좌관 사이였다. 4년 뒤엔 강 의원이 되치기 공격을 당하는 형국이다.

오는 4·13총선에 나서는 같은 보좌관 출신인 양창윤 예비후보가 “강 의원의 모습에서 비계가 낀 돼지를 연상했다”고 역공을 했다. 원색적이고 살벌하기까지 하다.

제주지역에서 4·13총선 레이스가 본격화 됐지만 선거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예비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정책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대게 정책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전을 더 재미있어 한다. 그 네거티브 내용마저도 시시하다. 기껏 상대 후보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는 정도다. 같은 후보자 입장에서 누구는 출마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유권자 관심을 끌려고 아무거나 갖다 붙이면 안 된다.

상대를 공격할 거면 정곡을 찌르는 유머를 개발하기 바란다. 웃음은 중독성이 강하다. 웃음을 주는 사람은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리기에 유머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상대 공격도 위트로 유연하게 받아넘기고, 정책에도 유머를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머는 지루하고 딱딱한 선거판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를 축제로 이끄는 길이다.

선거는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 게임이다. 사생결단식 싸움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의 스트레스나 가중시키는 언사는 삼가야한다. 독기 어린 말은 본인 인격도 낮추는 만큼 금물이다. 대신 유권자에게 웃음을 주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정치의 본질은 국민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선거운동에 있어 ‘유머 전술’의 중요성을 간파하는 후보가 있었으면 한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번에 제주에서 품격 있는 ‘유머정치’의 씨앗을 뿌리는 후보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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