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기를 얼음 언 강에 비유하면, 강 이편은 아직 살얼음으로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의 물이 비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강을 건너려면 그 강이 단단히 얼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다른 길을 모색해 강 저편에 이르러야 한다. 청춘은 어떤 길에서 어떤 상황에 봉착할지 모른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는 그것을 헤쳐 나가기 위한 실험정신이 필요하고, 그런 이유로 더욱 분주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중섭미술관이 신진작가들을 주연으로 한 ‘2016 청춘의 계단’전으로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무대에 오른 작가, 김동원 김산 김시현 김지형 박주우 이하늘 현유정은 모두 제주지역 출신의 20대 작가들로, 공교롭게도 모두 제주대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총 39점의 작품이 7일부터 선보인다.
김 산은 폭낭(팽나무)에 제주의 맨 얼굴을 투영했다. 숨 막힐 듯 몰아치는 바람에 허리가 굽었지만 수많은 가지들을 뻗어낸 폭낭의 모습은 제주 섬의 아픔과 제주인의 끈질긴 생명력을 동시에 전달한다. 무덤덤하게 자리한 돌담과 무심한 듯 내려앉은 까마귀, 절망하듯 뚝 떨어진 동백꽃 머리 등 제주를 상징하는 대상물에 화가의 시선을 녹여냈다. 펜으로 그렸다.
현유정은 ‘엄마의 숲- 삼의악’에서 보듯 드로잉을 선보인다. 드로잉은 일상으로 들어가 순간을 기록한다. 실체가 없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어느 지점에서의 느낌과 행위의 시간을 기록한 결과물에는 분명 그 때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
이하늘은 그림을 통해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주우는 폐기물을 통해 기계의 미학을 보여준다. 심상을 파도에 이입한 김동원의 작품과, 바다를 친구나 어머니처럼 인식한 김시현, 크고 작은 점들로 형상을 부각시킨 김지형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청년기의 예술가는 아예 처음부터 전망 있는 삶을 꿈꾸지 않는다. 그들의 삶에는 오로지 예술만 있을 뿐, 작품을 위해 많은 꿈과 기회를 포기한다. 그래도 예술가는 이 땅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미적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인생이라는 강의 살얼음판을 건넌다. 7명의 작가들 역시 모두 전업 작가들이다.
전시를 기획한 전은자 큐레이터는 “평소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찾아다니면서 재능이 엿보이는 친구들의 이름을 메모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전시를 위해 섭외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해 초대받지 못 한 친구들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전 씨는 “그만큼 청년들이 예술을 하며 살겠다고 결심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라며 “이번 전시는 이러한 희망과 안쓰러움을 함께 담아 초대장을 띄운다”고 말했다.전시는 내달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