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산이 고향이고 외가가 제주도입니다. 중·고등학교를 제주서 졸업하고 제주대학을 1년 다니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해 지금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귀청의 공무원과 몇 차례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제가 받은 모멸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코너에 올라온 김모씨의 사연이다.
지난해 12월 31일자 작성된 민원(民願) 내용은 이렇다. 입찰공고 안내문을 본 후 이의제기 공문을 보내고 팩스가 잘 발신됐느냐고 물었는데 다짜고짜 고성(高聲)으로 “왜 이걸 우리에게 보냈느냐”고 역정을 냈다는 것. 화를 참고 약 1시간 후 높은 분으로 추정되는 공무원과 통화를 했는데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 관료적인 태도와 언행으로 일관해 큰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해당부서는 기업의 제품을 입찰대행해주며 예산을 집행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제품 구매를 주관하는 부서의 공직자가 제조판매업체에 전화를 했을 때 그 기업 직원들이 받는 중압감(重壓感)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오죽했으면 김씨가 올린 글의 제목이 <‘갑’중에 ‘갑’ 제주도청 A과 공무원>이겠는가. 이 같은 사항에 대해 제주도감사위원회에 정식으로 감사를 요청했다고 김씨는 밝혔다.
이보다 앞서 같은 달 20일에도 고모씨가 <선량한 제주도민에게 치욕을 주는 높은 공무원 어르신>이란 글을 도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지난달 16일 도청 어느 과를 방문해 “모 기금과 관련 도민보다 제주에서 사업을 하는 타 지역 주민이 더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말을 했는데 담당 공무원이 ‘X발놈아’ 등 10회 가까이 막말을 해댔다. 과장 등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특히 고씨는 “민원을 제기한 지 2주가 넘도록 일언반구(一言半句)의 사과도 없다며, 도청 공무원이 그렇게 높은 사람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공직사회의 ‘갑(甲)질 행각’은 하루속히 없어져야 할 대한민국 최대 병폐(病弊) 중의 하나다. 갑질의 근원엔 부여받은 권한의 오용과 남용이 자리잡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이 성숙한 사회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주매일이 지난해에 이어 ‘갑질없는 제주, 존중하는 우리’ 캠페인을 올해에도 펼쳐나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