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부터 분주···새해 만선·안전 등 기원

2016년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오전 5시 30분.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제주시 수협 위판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선주들은 밤새 잡은 고기를 어선에서 내리고, 아주머니들은 어부들의 노고가 가득 묻은 생선을 받아 크기와 종류별로 상자에 나눠 담았다.
여기에 생선 중간 유통을 담당하는 중도매인들은 오전 7시 시작하는 경매를 앞두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위판장에 들어오는 어종과 물량, 선도를 완벽하게 파악해야 질 좋은 생선을 낙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생선의 가격만큼이나 품질이 중요하다.
오전 7시, “삐익~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경매 시작을 알리는 경매사의 신호다. 중도매인들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내며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와 남들이 볼세라 조심스레 손바닥 크기의 얇은 나무판에 입찰가를 적는 중도매인들의 얼굴은 진지하고 날카로웠다.
위판장이 경매 열기로 뜨거운 가운데 어민들은 기대에 부푼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어획한 수산물이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위판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른 새벽 한림에서 왔다는 문옥자(52·여)씨는 “조업 일수가 줄고,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2015년은 유난히 힘든 한 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조업에 나가도 잡히는 양이 적어 유류비와 인건비를 빼면 손에 쥐는 돈이 많이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씨는 “그래도 매일 눈을 뜨면 바다에 나가는 생각만 한다. 새해에는 그저 사고 없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더불어 고기가 많이 잡혀 웃을 수 있는 일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덧붙였다.
“그래도 바다가 낙”이라는 문씨의 말을 들은 다른 어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자신을 그저 박씨라고만 소개한 이 어민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이 일을 천직이라 여기고 조업에 나서고 있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바다는 결코 떠날 수 없는, 그래서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삶의 터전”이라며 “새해에는 우리가 힘을 낼 수 있게 조업 환경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힘찬 바람을 전했다.
이들은 쌀쌀한 날씨 속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 잔으로 온기를 느끼며 2015년 마지막 날 어시장의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새해에도 어민들은 또 다시 삶의 터전인 바다로 향한다. 풍요로운 만선의 기억은 아쉽게도 희미해지고 있지만 바다에서 웃고 울고 살아온 이들은 바다의 짠 내가 있어 오늘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