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최대 병폐 ‘갑질’
몽고식품 ‘회장 폭행’ 등 문제 지속
가진 자들의 권력 ‘오남용’ 폐해
지탄하는 우리도 ‘갑질’ 개연성
‘역지사지’ 존중과 배려 필요
모두가 ‘을’이면 모두가 ‘갑’이다
대한민국의 최대 병폐 가운데 하나가 ‘갑(甲)질’이다. 가진 자들의 금권 또는 권력의 오용과 남용이 원인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과 권력의 양극화로 갖지 못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진 자들의 갑질은 사회의 분열을 조장한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갑질은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76)이다. 그는 운전기사의 급소를 걷어차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몽고식품은 사과를 하면서도 갑질이었다. 김 명예회장은 장남인 김현승 몽고식품 사장과 함께 공개사과라면서도 사과문만 읽고는 “경황이 없다”는 이유로 도망치듯 회견장을 빠져나가버렸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민망하고 귀찮겠지만 국민을 대신한 언론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해야 한다. 이 곤혹스런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것도 용서를 받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진 자들의 갑질은 상식을 뛰어넘어 기발하기까지 하다. 2010년10월 당시 물류회사인 M&M 대표였던 최철원씨(당시 41세)는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졌다. SK그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화물연대소속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씨(당시 52세)를 “엎드려, 한 대에 100만원”하며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10여대 폭행하곤 ‘매 값’으로 2000만원을 건넨 사건이다. 최씨는 최근 ‘불륜과 혼외자의 존재’에 커밍아웃해 세간의 ‘불편한’ 관심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이기도 하다.
2014년12월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있었다. 자사 항공기 승무원의 태도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행기를 돌리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조 부사장은 국제적 망신과 함께 구속되는 굴욕을 감내해야 했다. 2013년5월엔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 업주에게 물품 구매를 강요하며 내뱉은 ‘막말’ 갑질로 우리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기도 했다.
제주사회에서도 갑질의 사례가 없지 않다. 행정 공무원의 이유 없는 인허가 서류 잡고 있기, 경찰 공무원의 빈번한 공무집행 방해 입건 등에는 갑질의 개연성이 존재한다. 원도급과 하도급, 공급자와 사용자 위치 등에서 갑과 을이 원만히 일을 처리하기도 하지만 갑질도 종종 ‘고발’된다.
갑질은 없어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진 자들의 ‘자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갑질에 공분하는 우리도 갑질할 개연성이 높은 ‘가진 자’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가끔 ‘손님’이라는 이유로 늦은 서빙에 짜증을 내거나 큰 소리를 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편의점 알바생이 그냥 아들·조카처럼 어리다고 막 대할 수도 있다. 공무원들이 인허가서류를 필요 이상으로 잡아버리는 바람에 사업을 그르칠까 노심초사하면서도 ‘괘씸죄’ 때문에 눈치만 봤다는 민원인도 있다.
모두 다 갑질이다. 그러나 돌아서면 우리는 을이다. 직장에선 상사에게, 조직에선 선배에게, 아니면 택시손님이었다가 식당 주인이 되어 을이 된다. 용돈이라도 벌겠다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내 아들·딸이 다른 손님의 갑질에 곤욕을 치를 지도 모른다. 공무원도 가족이 위급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수속이 늦어지며 환자가 복도에서 서성거려야 한다면 미쳐버릴 것이다.
갑질의 원인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부족이다. 이에 제주매일은 지난해 ‘갑질 없는 제주, 존중 받는 우리’란 슬로건 아래 기획기사와 캠페인을 통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제주사회 만들기에 노력해 왔다.
하지만 미흡하다. 그래서 올해도 다시 ‘갑질 근절’을 더불어 사는 제주를 위한 화두로 잡았다.
답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우리는 갑이면서 을이고, 을이면서 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갑질 추방’을 제안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 그것은 을의 생각이다. 그래서 모두가 을(乙)인 사회, 그것은 모두가 존중받는 모두가 갑(甲)인 사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