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자리 ‘유혹’에 그만···
연말 술자리 ‘유혹’에 그만···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5.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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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음주운전 단속 현장 동행 취재
단속 시작 5분도 안돼 음주 감지기에 ‘빨간불’
2시간 만에 7명 적발···“음주운전 절대 안돼”
 ▲ 제주서부경찰서는 28일 제주시 연삼로 일대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였다. 사진은 경찰이 차량을 멈춰세우고 음주 감지기를 통해 운전자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김동은 기자

연말연시는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많은 만큼 음주운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시기다. 음주운전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그럼에도 음주 문화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음주운전은 끊이질 않고 있다. 기자는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 주]

28일 오후 10시 제주시 연삼로 일대 편도 3차로에 원뿔 모양의 차량 통제용 구조물인 라바콘 10여 개가 촘촘히 세워졌고, 그 사이로 제주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찰관 7명이 자리를 잡고 섰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위에 두꺼운 외투와 장갑으로 중무장한 채 경광봉을 이리저리 흔들며 차로로 들어서는 차량을 향해 정차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영업용 차량인 택시는 물론 오토바이도 예외가 될 순 없었다. 경찰관들은 창문을 내리게 한 후 음주 단속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손바닥만한 음주 감지기를 내밀며 “후”하고 입김을 불어 줄 것을 요구했다.

단속이 시작된 지 불과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음주 감지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술을 마셨다는 신호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운전자는 상기된 얼굴로 잠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경찰관은 안전지대에 오토바이를 세운 남성에게 음주 측정에 앞서 생수를 건네고 입을 헹구도록 했다. 그러면서 음주 측정기에 표시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의심스러울 경우 채혈 측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더더더더더더···”라는 경찰관의 구령에 맞춰 음주 측정기를 힘껏 불었다. 숫자가 연신 깜빡거리며 올라가더니 잠시 후 ‘삐’ 소리와 함께 혈중알코올농도 0.051%가 나왔다. 100일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는 “회식이 있어서 동료들과 반주로 맥주 몇 병을 나눠 마셨다”고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며 “연말에 고생이 많다”는 말을 한 뒤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첫 음주운전 적발자가 나온 지 30분 정도 흘렀을까. 음주 감지기가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알코올 기운을 감지한 것이다. 경찰관은 남성 운전자를 향해 “시동 끈 상태에서 면허증을 가지고 내리세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음주 측정기에 찍힌 혈중알코올농도는 훈방 조치에 해당하는 0.026%였다. 이 남성은 “앞으로는 음주운전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오후 11시23분 렌터카 한 대가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관광객 이모(50·울산)씨는 “표선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했다. 단속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음주 상태로 수십 km를 운전할 뻔한 것이다.

그런 이씨는 한동안 경찰관을 붙잡고 “가볍게 한 잔 했는데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했다. 경찰이 넘어갈 리 없다.

음주 측정 거부 유형은 처음에는 ‘윽박형’이나 ‘뻔뻔형’이지만 어느새 ‘읍소형’으로 바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7%. 더욱이 이씨는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단속 경찰관은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차를 몰고 도로 위를 질주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찰은 이날 2시간 동안 음주 단속을 벌여 7명의 음주운전자를 적발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음주운전 특별 단속 기간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운전자는 445명에 이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음주 교통사고는 432건으로, 7명이 숨지고 71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김기봉 제주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장은 “연말연시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음주운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30분마다 장소를 옮겨 다니는 스팟식 단속을 하기 때문에 단속 지점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더라도 단속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계장은 “‘음주운전은 언제든지 단속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음주운전은 명백한 범죄 행위인 만큼 술자리 모임 후에는 반드시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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