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 제주한라대학교의 비리(非理)가 ‘종합세트’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땅을 구입해 이사장 개인 소유로 등기하는가 하면, 학교법인(한라학원, 이사장 김병찬)이 내야하는 유치원 설립비(31억원)를 교비회계(校費會計)에서 충당하는 등 수십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입생 선발 규모를 임의로 변경해 초과 선발하고, 결석비율이 높아 시험 응시제한 등의 조치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행위도 만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사들은 불법 사실을 알면서도 해당 안건을 심의에 부치는 등 ‘거수기’를 자처했다. 이사장과 친족 관계에 있는 이사들이 이사회 기능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번 감사에서 한라대는 예산 집행과 이사회 운영, 학사 관리 등 학교 경영 전반에서 총체적인 법령 위반과 교육 철학의 부재(不在)를 드러냈다. 그동안 ‘작지만 강한 대학’을 지향하며 도내 사학(私學)의 대표임을 자처하던 이미지가 일순간에 추락한 셈이다.
‘사학기관 재무 및 회계규칙’에 따르면 학교회계(교비회계)에 속하는 세출예산은 정해진 목적 외에 사용하지 못하며 다른 회계에 전출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한라대학교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별도계좌로 관리하거나 학교법인 이사장 및 학교의 장이 이를 임의로 사용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탈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같은 사안들이 지난 2013년부터 한라대 노조와 교수협의회 등에 의해 줄기차게 제기돼 왔는 점이다. 그리고 감사 결과는 그동안 제기해 온 의혹(疑惑)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하지만 사학 업무를 관리 감독(2012년 사학업무 전체가 교육부에서 도로 이관)하는 제주도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며 화(禍)를 더욱 키웠다. 일종의 ‘직무유기’다. 오죽하면 국회가 감사원으로 하여금 한라대학교를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하도록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이와 관련 문제를 제기했던 관계자들은 “몸담고 있는 학교의 문제점을 어렵게 외부로 드러냈는데도 지난 3년 동안 제주도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며 “감사원이 아니었으면 해결은 요원했을 것”이라며 제주도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라대 사태는 사학의 고질적(痼疾的) 병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다른 사학들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차제에 제주자치도는 도내 사학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벌여 학생들의 등록금 전용 등의 불·탈법을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온전히 학생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지금처럼 졸업 후에도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