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 교비 횡령 등에도 사과 없는 ‘후안무치’

제주한라대학교의 '대학'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
학교를 학문의 상아탑으로 키워내야 할 학교법인 이사장은 학생 등록금으로 개인 땅을 구입했고, 학교 총장은 민주적 대학 운영의 대표 기구인 대학평의원회를 독단으로 꾸렸다. 심지어 지방의 소 대학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국회의 요구에 따른 감사원 감사를 받고 수십억원의 교비 횡령이 확인됐지만 사과나 이후 조치에 대한 언급이 내부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제주한라대는 최근 감사원과 제주도감사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징수와 고발조치, 기관경고 등을 무더기로 받았다.
감사원 감사의 핵심은 학교법인 한라학원(이사장 김병찬)의 등록금 횡령이었다.
학교법인은 교육에만 쓰도록 사용이 제한된 교비회계를 유치원 설립과 이사장 등 개인명의 땅 구입에 썼다. 외부에서 기탁한 학교발전기금도 학생들 대신 법인이 사용했다. 감사 과정에서는 결산서에 포함되지 않은 ‘부외계좌’가 발견돼 사실상 학생 등록금을 별도로 관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제주한라대의 대학평의원회 구성이 제멋대로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학이 구성원들과 민주적으로 소통할 의지가 없었다는 말이다.
대학평의원회는 예산, 학칙 등 학교 운영의 중요한 부분에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고루 반영하기 위해 설치한 대학의 최고 심의기구다. 대학 경영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이기도 하다.
때문에 관련 법과 조례에서는 ‘각 구성단위 대표자 선정은 합의된 방법에 따라 민주적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한라대는 일부 단체에만 후보자 추천권을 주거나 일부 구성단체 대표자를 총장이 임의 선정하는 등 평의원 11명을 부적정한 방법으로 위촉했음이 확인됐다.
특히 이번 두 기관의 감사에서는 이외에도 대학이 상위법에 어긋난 자체 규정을 만들고, 상위기관과 사전 논의 없이 입학전형을 변경하는 등 ‘꼼수’ 경영 사례가 다수 적발돼 대학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다.
감사소식이 잇따르자 지역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소식을 접한 도민들은 “공동선을 추구해야 할 대학이 외려 학생 등록금을 자기 돈처럼 마음대로 쓰고 있었다”며 “분노와 실망이 교차한다”고 얼굴을 붉혔다.
도민들은 특히 “학문이 자유로운 의사소통 속에서 발전한다고 볼 때 제주한라대는 기능 정지 상태로도 판단할 수 있다”며 “대학이 그 간의 괄목한만한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영진들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아직 감사 결과서를 받지 못 했다"며 "현재까지는 (사과 등의)입장 개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와 민노총 산하 노조는 내주 초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