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물’ 밭에 뿌리는 제주시 농민 2600가구
농업용 지하수 미공급 농경지 800여ha ‘상수도’ 의존
장마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3일.
무더위와 함께 올들어 계속 최고기록을 갱신해 온 제주시 하루 물 사용량이 이날 15만3300t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4~5일 제주시 지역에 41㎜의 비가 내려 가뭄이 해갈되자 물 사용량은 곤두박질, 1일 사용량이 14만230t으로 떨어졌다.
결국 하루 1만t의 수돗물이 단 이틀간의 장맛비로 절약된 것이다.
제주시는 비날씨 이전 수돗물 사용량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상당수 농가들이 먹는 수돗물을 농경지에 뿌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제주시 농정당국이 일반 수돗물(상수도)을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농가를 파악한 결과 2600세대 정도가 상수도를 ‘농업용’으로 신청, 800여ha의 농경지에 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시외곽지와 도심 교차지점에 농경지를 소유한 이들은 상수도 요금기준에 따라 t당 평균 250원 정도의 ‘물값’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 ‘먹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농가의 경우 시설재배에 종사하는 농민들은 연간 수백만원의 물값을 지급, 심각한 영농비 부담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먹는 물을 농업용으로 사용하면서 농가들이 지출하는 영농비 추가 부담액은 연간 수백억원선에 이를 것으로 제주시 농정당국은 추정했다.
이 과정에 상수도를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제주시는 t당 평균 644원씩의 비용을 들여 상수도를 생산한 뒤 t당 250원 정도에 공급함으로써 연례적으로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또 제주시는 이 부분에서 생긴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일반 가정용 수돗물 공급가격을 인상, 시 재정악화와 함께 ‘영농부분의 적자’를 이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제주시 상수도 공급능력은 자체수원으로 하루 15만9500t까지 가능하며 광역상수도 6만8000t까지 포함하면 하루 22만7500t까지 가능, 수돗물 공급에 차질은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시는 여름철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을 위해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를 ‘비상급수대책 기간’으로 설정,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자유도시특별법상 제주시 일정 지역내에서는 더 이상 농업용 지하수 개발이 어려워 현재로서는 일반 상수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농민들이 경작지를 시외곽지 농경지 밀집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