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미래에 도움 되는 일인가
집행부도 항상 이런 질문 던져야
2015년이 일주일 정도 남았다. 이 시기쯤 되면 끝나가는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이 시작되는 한 해에 대한 계획을 세우곤 한다. 다음 해의 계획은 이루지 못한 지난 계획에 대한 반성이 전제되기 때문에, 또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새해의 계획을 제대로 결정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여러 자기계발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지금 하는 행동이 5년 후, 10년 후에도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 여부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즉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언의 배경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 기준은 비단 개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의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할 것인가’ 또는 ‘하지 않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이러한 질문은 상당히 유용하다.
특히 지방정부가 하는 일은 규모도 크고 그 결과에 따라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따라서 정부 정책은 추진 여부의 신중한 결정과 함께 정확하고 완벽한 정책 집행도 중요하다.
시간에 쫓겨 일을 성급히 처리하거나,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빠른 속도로 일의 성과를 내려고 하면 일도 그르치고 나중에 문제가 생겨 수습하기도 힘들어진다. 이와 관련한 사자성어가 ‘욕속부달(欲速不達)’이다. 공자는 당시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모든 일을 빨리 하여 성과를 내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백성들에게 부담이 되고 훗날 문제점이 발생하는지에 대하여 경고하였다. 따라서 정책 집행에 있어서는 ‘올바르게 진행하고 있는가’ 또는 ‘올바르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필자가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관한 질문을 꺼내는 것은 2016년은 원희룡 도정이 임기의 반이 지나는 반환점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민선 6기 출범 이후 많은 정책 이슈들로 인해 제주사회에 논란과 갈등이 야기되었다. 제주 이주민 급증·중산간 난개발·중국자본 토지 잠식·카지노 관련 제도개선·주택가격 폭등·제2공항 건설 등의 사태 속에서 제주의 5년 후, 10년 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또는 ‘하지 않을 것인가’를 묻고 또 물었다.
그러나 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 ‘올바르게 진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제주미래 백년대계’라고 일컫는 ‘제2공항 건설’ 추진에 있어서 지사를 비롯한 행정에서는 최선을 다해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나 해당 지역에서는 공무원을 만나 보기도 어렵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실정이다.
정책집행 과정의 소통에 있어 ‘충분하다’는 평가는 행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것은 주민들이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느끼기에 정부가, 지사가, 그리고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에 대해 그렇다고 받아들여지는 공감이 이루어질 때, 그 때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제2공항은 누군가의 희생이 있을 때 가능하지만 그 ‘희생’을 그 누구도 강요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하고 있다는 ‘변명’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그러한 지적이 제기되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질문은 지금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신념이나 편견을 넘어 새로운 옳음,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행정은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있어 지속적으로 질문을 해야 한다.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향후 제주의 5년, 10년 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인가”.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올바르게 하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2016년에는 이러한 질문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