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의 고입(高入) 선발고사가 오는 2019학년도부터 폐지된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입시험을 치르는 해가 첫 적용 시기다.
이 같은 내용은 도교육청이 22일 확정 발표한 ‘고교체제 개편 및 고입 선발고사 개선안’에 담겼다. 이에 따라 2019학년도 고입부터는 선발고사 없이 100% 내신(內申)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제주시 동지역 인문계 고교의 경우 그동안 내신 성적 50%와 선발고사 50%를 반영해왔다.
도교육청은 “단 한 차례의 선발고사 준비를 위해 중학교 3년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함으로써 학생들이 오히려 대입(大入)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는 문제가 시험 폐지 결정의 주요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이 시험문제 풀이 위주로 흐르면서 배움 중심의 교실문화 구현과 자기주도 학습능력 함양이 사실상 이뤄지고 않고 있다는 것. 선발고사 폐지는 시대적 흐름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선발고사 폐지가 능사(能事)는 아니다. 과거 ‘진보상’이란 제도가 있었다. 학습이 뒤처져 있던 학생이 노력 끝에 성적을 향상시키면 이를 격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잠시 ‘수렁’에 빠졌던 많은 학생들이 이에 힘입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에 한순간 성적이 떨어졌다고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끝까지 멍에를 지우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에 다름 아니다.
자기주도 학습능력 등을 운운하지만 우선 중학교 내신 성적에 매달릴 학생들에게 ‘창조(創造)교육’은 기대할 수가 없다. 더욱이 수시 전형이 70%를 차지하는 ‘대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말에 이르러선 할 말을 잃게 된다.
정작 학생들로 하여금 꿈을 상실하게 만들고 줏대 없는 가치관을 주입시키는 주범(主犯)은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는 교육당국의 입시제도다. 글로벌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경쟁력은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라 비바람을 겪으며 성장한 ‘야생초(野生草)’에 있을 것이다. 앞길이 창창한 학생들을 왜 말 잘 듣는 순한 양으로만 키우려고 애쓰는지, 고입 선발고사 폐지를 보며 느끼는 심정이 착잡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