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들 ‘자기주도성’ 중요
센터 운영 취지는 크게 공감
관계자 워크숍 결과 매우 실망
준비된 형식적 절차 느낌
내용도 기존사업과 중복 많아
센터 먼저 자기주도적이었으면
최근 여성가족부와 청소년활동진흥원이 공동으로 제작한 ‘진짜공부’라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에 나오는 영국의 유명한 서머힐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줬다. “학생들이 수업에 오든 안오든 그건 큰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소중한 것을 하고 있을 거예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더 소중한 것을 하고 있다고 믿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안전이라는 큰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야 말로 청소년들의 자기주도성을 키워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 청소년활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과 자기주도성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시키지 않고 자기의 의지로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를 하게 되고 효과는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비단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언제부턴가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이 많이 들리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스스로 자신의 학습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해 학습한 후 스스로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키는 학습을 말한다.
제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자기주도학습이 최근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대학들로 해금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고 특목고 입시에도 자기주도 전형을 도입하면서 사회나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과거 성적 위주의 ‘정량적 평가’에서 인성과 잠재력 등을 중시하는 ‘정성적 평가’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서귀포시에서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운영계획 수립을 위한 관계자 워크숍을 한다고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참석을 했다. 미약하나마 지역의 기관이 세워지는 일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바쁜 연말이었지만 시간을 내 참석을 했으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관계자 워크숍이라고 했지만 지역여론이나 주민들의 필요성도 분석하지 않고 마치 논의과정을 거친 것처럼 보이게 준비된 형식적인 절차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 내용에 있어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과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참석자 중에는 “부처 간의 칸막이가 높은 가보다, 행정 간의 소통이 안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자기주도학습센터는 ‘자기주도학습 등 학습지원관련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진로·적성·인성에 관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각종 교육정보 수집과 제공’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복합문화 프로그램 운영’ ‘지역 내 교육기관·봉사단체·동아리 등 교육지원에 관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운영’ 등을 맡는다.
서귀포시는 이를 기반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자기주도학습, 진로체험, 창의·인성·리더십교육, 학습지도전문가 양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새일센터의 강사양성 기능과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진로체험센터의 업무 등 사업내용은 부처 간 소통이 안 돼 중복돼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러한 느낌을 주면서까지 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예산낭비라고 생각 할 것이다.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곳에서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을 중복적으로 할 것이 아니고 사각지대에 있는 새로운 일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도 예산을 들여가면서 다시 한다는 건 예산낭비일 뿐 아니라 또 다른 기회에 대한 박탈이 될 수도 있다.
조례에 나와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프로그램을 잘 개발해 학생들에게 보급함으로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과를 내기위해 다른 곳의 사업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자기주도적인 학습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 자기주도학습센터 먼저 자기주도적으로 독자적인 사업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