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탑써" 그 작은 말 한 마디가
"먼저 탑써" 그 작은 말 한 마디가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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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서울 나들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날도 제주 공항은 언제나 그렇듯이 붐비고 있었다.  택시 탑승 대에는 장거리 탑승대나 단거리 탑승대나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앞에서 줄을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가족 여행객이 날이 너무 어두워서  예약된 민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렌드카를 예약 했으면 좋았을 것 라고 하면서 서있었다.
그 앞에 줄을 섰던 30대 아기를 업은 주부가 자신 차례의 택시가 오자, “먼저 탑써(타세요)” 하고 택시 두 대를 먼저 타시도록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 썼다. 그리고 다음 택시가 올 때까지 아기를 업고 기다린다.

난 그게 그리 신기 할 수가 없었다. 요즘도 이런 여자가 있었나, 더구나 어린 아기를 업고 있어서 자신도 무척 어려웠을  텐데 하는 생각에 어리벙벙해 졌다. 
초행길에 노부모까지 모신 관광객은 고맙다는 인사를 그 주부에게 하고  차는 떠나버린 다음 나의 시선은  다시 그 주부에게 돌아 왔다.
나는 그 주부와 대화는 없었다.  하지만 그 주부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겨 놓고 다음 택시를 기다려서 타고 떠났다. 요즘 내일이 아닌 이상 봐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 일이 아닌 이상  귀찮다는 것이다. 나하고 이해관계가 없는데  남의 일에 왜 내가 신경을 쓰며 애를 태울 필요가 없다는 이기심의 발로일 것이다.  앞에 강도가 뛰어가도 옆에 있는 사람이 잘 붙잡아 주지 않는다고들 한다.
경찰서까지 가서 참고인 진술을 받는 신경을 안 쓸려고 하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주부의 작은 마음씨가  그렇게 따뜻하게 내 가슴에 다가 왔는지 모른다. 

나는 집에 올 때까지 줄곧 나는 그 주부 생각으로 마음의 흐뭇했다. 
그 주부는 복 받을 주부임에 틀림없다. 작은 말 한마디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댈 수 있다는 걸  한 번 더 실감하여 본다. 지금 제주에는 이런 작은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기이다. 불친절과 바가지와 “웰컴 투 제주”는 양립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혹은 또 평생 원수도 될 수 있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고운 마음씨로 고운 말 한마디를 무조건적으로 십시일반 시작해야한다. 그래서 국제자유도시 시민으로서의 격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시작 하라는 의미로 “꿀벌의 무지”라는 말이 있다.  꿀벌은 몸통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는 제대로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꿀벌은  자기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 당연히 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날갯짓을 함으로써 정말로 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제주지역의 이미지는 훈훈한 인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정이 메말라 가고 말씨도 너무 거칠어 가고 있다.
이런 냉정하고 비정한 세상의 삶에서 조금 전의 주부같이 가슴이 따듯한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정이 훈훈하고 잔잔한 행복감이 든다.
지금 우리 제주 지역의 현실에서 국제자유도시를 위한  뛰어난 관광 상품개발도 필요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모든 도민들이 앞에서 소개한 아름다운 주부같이 친절한 작은 말 한마디가 필요 한 것이다.   

비록 작은 말 한마디라도 그 속에 남을 위하는 마음 ,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겼을 땐  큰 감동으로 와 닿는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정이 ‘메말랐다느니’  ‘이기적이라니’ 들 하지만  모든 인간은 남을 위하는 심성을 타고 난다고 한다.  내 가족,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온몸을 던져 아낌없이 주는 게 우리들이다
남에게 친절하면 나부터 기분이 좋아진다는 간단한 진리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김 찬 집<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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