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지연과 관련 “(국회가)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제쳐두고 무슨 정치개혁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국민이 바라는 일들(노동개혁 등 법안 처리)을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찬성을 독려하며 통과시킨 ‘국회선진화법’이 지금 대통령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여의도를 향해 백번 천번 말해봤자, 야당(野黨)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인 게 바로 선진화법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과반수가 아닌,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職權上程) 요건도 천재지변이나 전시 및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엄격히 제한했다.
청와대가 노동개혁 5법 등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지난주 국회의장에게 요청했으나 정의화 의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심지어 “성을 갈지 않는 한 직권상정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박 대통령으로선 자업자득(自業自得)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주말에도 ‘경제위기’와 관련 “속이 타들어가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며 핵심법안 연내 처리를 국회에 재차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먼저 내려놓고 여야 지도자들과 만나 허심탄회(虛心坦懷)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을 인정할 때 비로소 문제도 풀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