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고장’ 내세운 제주공항 管制사고
‘부품 고장’ 내세운 제주공항 管制사고
  • 제주매일
  • 승인 20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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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제주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관제탑(管制塔) 마비’ 사고는 광전송장치 부품 고장 때문이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다.

국토부는 제주공항 관제시설 통신 장애가 발생한 원인을 조사한 결과 ‘광전송장치 부품 고장’이 주된 원인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광전송장치는 조종사와 관제사 간 음성신호를 주고받는 장치. 국내에서 이 같은 장애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란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엔 의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다. 고작 단순한 부품 고장으로 무려 1시간16분 동안 국제공항 관제탑 기능이 마비됐다는 것을 과연 누가 믿겠는가. 이날 사고로 제주 기점 항공기 77편이 지연 운항되거나 회항하는 등 대혼란(大混亂)이 빚어졌다. 뿐만 아니라 제주와 연결된 김포-김해-광주-대구 등의 공항마저 큰 영향을 받았다.

국토부는 처음 발생한 장애이다 보니 담당직원들이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하지 못해 대응이 늦었고, 보고 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즉, 관제장비에 대한 유지·보수와 복구를 맡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의 미흡한 대응 등이 화(禍)를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광전송장치 부품 고장이 사고 원인’이란 결론을 내리면서 향후 대책 또한 뻔 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를 포함 특별점검반을 구성 점검에 나서고 노후장비 교체를 추진한다는 것. 이와 함께 유지보수 담당직원들에 대해서는 장애 발생 시 대응 메뉴얼을 재정비하고, 교육훈련 강화 및 비상 상황 시 보고체계 재점검이 내놓은 대책의 전부였다.

백번 양보해 부품 고장으로 인한 사고(事故)라 하더라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서 발생했다면 ‘인재(人災)’로 봐야 한다. 하지만 관제탑 마비란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우리가 관련자의 엄중문책을 주장하는 것은 어느 일개인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 이 같은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다.

이번 공항의 핵심 역할을 하는 관제탑 사고로 인해 제주국제공항의 안전도 관련 이미지와 신뢰도는 크게 실추됐다. 국토부의 ‘자기식구 감싸기’식 일 처리가 ‘안전 불감증(不感症)’을 다시금 도지게 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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