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들에게 수요일은 어떤 날인가요? 수요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생각해주세요"
유난히 포근했던 지난 19일 오후, 제주한라대학교 맞은 편 방일리공원 평화광장에 학생들의 맑은 음성이 퍼지고 있었다.
이날 공원에서는 제주평화나비(대표 이민경)와 ‘2015 제주, 대학생이 세우는 평화비 건립추진위원회’ 등 도내 대학생이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행사에 앞서 제주도 초등 대안학교인 보물섬학교 학생들은 ‘수요일의 희망’을 불렀다. 이 노래는 보물섬학교 학생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만난 뒤의 느낌을 선생님들과 함께 곡과 노래로 옮겨 만들었다.
가사 속 ‘수요일’은 매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리는 날을 말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1992년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열고 있다. 그리고 이 수요시위가 1000번째를 맞이하던 2011년 12월 서울시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평화비가 세워졌다. 현재는 고양, 성남 등을 비롯해 미국 뉴저지주, 캘리포니아주 등 국내·외 곳곳에 평화비가 세워져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들이 세운 평화비로는 2014년 이화여대 앞 대현문화공원 이후 제주가 두번째다.
제주평화나비와 대학생 건립추진위는 지난 3월부터 기금 마련 콘서트를 개최하며 수익금을 모아왔다. 개인 601명과 단체 40곳이 건립 재원을 십시일반 후원했다.
이날 제막식에서 이민경 제주평화나비 대표는 "처음 서울에서 수요시위를 봤을 때의 감정이 떠오른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원일권 제주대 총학생회장은 "오늘 행사는 '덕분'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이 안 될 것 같다"며 "모두가 힘을 모아 비로소 건립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당초 평화비는 제주시 노형로터리 주제주일본총영사관을 마주보는 자리에 세울 것으로 추진했으나 제주시의 불허로 장소가 변경됐다. 이에대해 이민경 대표는 "위안부 할머니가 올해에만 9명이 돌아가셨다"며 "장소 허가에 얽매이기에는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이 곳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막식이 열린 평화광장에는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이 패널로 만들어져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아이와 우연히 공원을 찾았다가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김정미씨(39)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팔에 당시 위안소 경영자의 이름이 찍힌 문신이 있는 사진을 보았다”며 “너무 화가 난다.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평화나비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이다. 이 가운데 생존자는 46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