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예산이 미봉책(彌縫策)에 그치고 있다. 관련자 모두가 근본적인 해결은 외면한 채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만 끄는 모양새다.
이 같은 사실은 새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제주도교육청이 2016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가운데 도의회는 진통 끝에 2개월분 누리과정 예산(76억원)을 증액했다. 예산이 따로 있어서가 아니다. 임시방편으로 교직원의 인건비(人件費)를 깎아 마련했다. 아랫돌을 빼내 윗돌을 괴는 격이다.
여기에 국회가 예비비로 예산 1개월분(전국 3000억원, 제주 47억원 예상)을 우회 지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확보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3개월치다. 그러나 4월부터가 문제다. 예산이 아예 없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도교육청이 357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위기(危機)를 모면했지만 올해는 이런 계획조차 없다. 더 이상 빚을 낼 수도 없고, ‘어린이집 예산 부담 주체(主體)는 국가’라는 게 이석문 교육감의 확고한 인식이다.
내년 4월까지 별다른 해법(解法)이 나오지 않으면 제주도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어린이집 예산 집행과 관리감독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임시변통일 수밖에 없다. 도가 우선 관련 예산을 지출하더라도 교육청에 전출하는 예산에서 그만큼 감(減)하게 됨으로써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제주도교육청의 2016년도 예산은 대략 827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인건비(5500억원)와 학교기본운영비(1500억원)를 제외하면 가용(可用) 예산은 1270억원에 불과하다. 이 중 40%에 달하는 458억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다. 다른 사업에 사용할 예산이 태부족한 실정으로 ‘누리예산이 교육자치를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청이 누리예산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정치권의 ‘무상(無償)시리즈 포퓰리즘’이 빚어낸 산물 중 하나다. 예산은 도외시한 채 선심성 공약에 몰두하다보니 결국 각종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그들을 선택한 우리 역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