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적 명분 ‘파국’ 피한 道 새해 예산안
대승적 명분 ‘파국’ 피한 道 새해 예산안
  • 제주매일
  • 승인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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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의 새해 예산안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우려됐던 ‘예산 전쟁’은 없었다. 심사과정에서 양 기관은 ‘예산은 정쟁(政爭)의 대상이 아니라 타협(妥協)의 산물’임을 일깨우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도의회는 각 상임위원회별 심사를 통해 제주도가 제출한 4조1028억1000만원 가운데 207억 규모의 예산을 조정했다. 이후 진행된 예결특위 심사에서 예산 조정액이 315억원 규모로 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264억3600만원의 조정액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원희룡 지사가 60항목 13억7800만원에 대해 ‘부동의’ 뜻을 밝히면서 한때 파국(破局)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도의회가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서 새해 예산안은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됐다. 지난해 벌어졌던 ‘예산 전쟁(戰爭)’의 파장을 양쪽 모두 의식한 결과였다.

예결특위 이경용 위원장은 “집행부의 요구를 100% 따르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다해줬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도지사 역시 “도의회가 일선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거나 증액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 항목은 가급적 수용했다”며 의원들의 증액 예산을 인정했다.

새해 예산안은 집행부와 도의회 모두 명분(名分)과 실리(實利)를 챙겼다는 게 일반의 평가다. 그동안 ‘법과 원칙’이란 잣대를 들이대던 원 지사도 이번엔 ‘상호 존중’을 택했다. 도의회 또한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결단을 내림으로써 좋은 선례를 남겼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지금 제주지역의 당면현안은 한 둘이 아니다. 제2공항을 둘러싸고 예정지 주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올 연말 완공을 앞둔 제주해군기지로 인한 도민적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친 집값’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문제 등도 아주 심각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집행부와 도의회가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해법은 소통(疏通) 강화를 통한 설득과 현실에 걸맞는 올바른 정책 밖에 없다.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는 의원들과 각종 정책을 집행하는 제주도가 서로 힘을 모아야만 하는 이유다.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양 기관의 성숙한 모습이 다른 현안들에서도 그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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