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장애를 느끼지 않는 세상
장애인이 장애를 느끼지 않는 세상
  • 안지현
  • 승인 2015.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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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퍼붓던 어느 오후. 퇴근시간까지 겹친 버스 안은 만원인 상태였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섰을 때 하차하는 승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운전기사는 앞문은 열지 않고 뒷문만 열어둔 채 승객들이 하차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휠체어를 버스 쪽으로 천천히 이동시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버스기사는 그 장애인을 보지 못했는지 버스를 출발시켰고 그것을 본 버스 안 승객들은 일제히 버스를 세우라고 소리쳤다. 1m도 가지 못하고 급정거를 한 버스가 앞문을 열자 사람들은 휠체어가 버스 안으로 들어오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이는 유럽 어느 나라에서 체험한 경험이다.

만약 그 버스 안에 내가 타고 있었다면 나는 버스기사를 향해 멈추라고 크게 소리 칠 수 있었을까? 만약 그곳이 우리나라였다면 사람들이 장애인을 위해 기다려주고 자리를 내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공리주의자들이 말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처럼 다수의 편함을 위해 소수가 희생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장애인을 불편해하는 것은 그들을 인격체가 아닌 비인격체로 여기는 일이며, 그러한 불편함이 당연함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만이 인정을 받고 대접 받을 것이다. 사람이 인격적으로 존중 받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얼마만큼 생산해내느냐라는 기준으로 평가돼 수단 혹은 부품쯤으로 여겨지는 세상이 되고 말것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는 장애인을 위해 버튼 하나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설비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사업장에 마련해준다.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의식과 함께 더불어 개선돼야할 것은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의 제반을 갖추는 일이다.

장애인복지담당 공무원으로 일을 하면서 ‘장애인을 위해 어떤 혜택을 더 많이 줄 수 있을까’도 고민하지만 내가 진정 고민하는 것은 ‘사람이 가진 장애가 아니라 이 사회가 가진 장애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도 불편함이 없는 건강한 사회가 가까운 미래에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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