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이 큰 일 날 뻔했다. 지난 12일 오후 6시 50분부터 8시6분까지 1시간 16분 동안 관제탑 송수신(送受信) 기능이 마비 됐기 때문이다. 특히 20여분 동안은 불빛을 이용해 항공기 관제(管制)가 이뤄지기도 했다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때마침 이 날은 주말로써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기 편수가 많은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제탑 통신장비 이상으로 주파수를 전혀 잡을 수 없어 송수신 불능상태에 빠지자 공항이 제 기능을 잃고 말았다. 이로 인해 제주로 오던 항공기 37편이 제주공항 상공을 맴돌다가 회항하는가 하면 이륙하려던 여객기 40편이 지연 출발하는 등 무려 77편이 제대로 이착륙하지 못해 수많은 탑승객들에게 피해를 안겨 주었다.
이번 제주공항 마비 사태는 제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제주와 연결된 김포-김해-광주-대구 등 모든 공항이 영향을 받았다. 즉 국내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의 제주공항 영향권이 전국에 걸쳐 있음을 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관제탑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음에도 공항 혼잡, 이용객 불편 이외에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점이다.
그러나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드나드는 제주국제공항에서 1시간 16분 동안이나 공항의 핵심 역할을 하는 관제 기능이 마비됐다는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 제주공항 안전도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도 결코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
이미 저질러진 일을 없던 일로 되돌려 놓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대로 지나쳐서도 안 된다. 공항 관제탑 기능의 전면 중단 원인을 꼭 밝혀내야 한다. 제주공항 개항 이래 있어 본 적이 없는 관제 기능 전면 마비가 불가항력적(不可抗力的)이었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고 예방이 가능한 것이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 합동 조사에서는 기술적 원인 조사뿐만 아니라 이러한 점을 중점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만약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아니라 예방이 가능한 사고였다면 관련자의 엄중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어쨌거나 제주공항의 관제탑 기능 전면 마비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한다. 만에 하나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