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상록성 도내 곳곳 분포…빨간색 열매 ‘특징’
대부분 상록성 도내 곳곳 분포…빨간색 열매 ‘특징’
  • 제주매일
  • 승인 2015.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20>감탕나무과
▲ 곶자왈 지역에 많이 분포돼 있는 감탕나무.

길을 걷다 만나는 가로수의 빨간 열매는 새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는 존재일 것이다. 이제는 도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먼나무가 이 빨간 열매의 대표격이지만 이외에도 호랑가시나무나 낙상홍, 청미래덩굴, 남오미자 등이 있으며 침엽수 중에는 주목 같은 나무도 있다. 나무들도 잎을 떨궈 앙상해지는 겨울로 접어드는 지금, 꽃보다는 열매로 유혹하는 식물들이 있어 눈과 마음만은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다. 지금부터는 그동한 움추렸던 감탕나무과 식물들의 놀라운 색변화로 주목을 받는 시기가 다시 도래한 것 같다.

감탕나무과(科) 식물은 전세계적으로 2속 600분류군 정도가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감탕나무속(屬, Irex)에 감탕나무, 먼나무, 꽝꽝나무, 대팻집나무(민대팻집나무 포함), 호랑가시나무 등 5종이 자생하고 있다. 모두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암수딴그루라는 특징이 있으며, 대팻집나무를 제외하면 상록성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우리 제주지역은 이러한 종류들이 곳곳에 모두 분포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감탕나무속 식물들의 중요 자생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감탕나무 수꽃(왼쪽)과 암꽃.

감탕나무과의 식물들은 열매를 포인트로 한 조경수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나무의 형태나 성상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열매를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빨간 열매로 상징되는 먼나무 뿐만 아니라 감탕나무나 호랑가시나무도 그러하다. 물론 감탕나무과 식물 중에는 예외적으로 키가 작은 관목이고 열매가 검정색인 꽝꽝나무가 있고, 낙엽수인 대팻집나무나 재배종인 낙상홍 같은 다양한 종류들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모양새의 나무들과 열매색이 예쁘다는 장점들도 가지고 있지만 이런 종류를 재배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특히 감탕나무속(屬) 나무는 종자를 채집하고 난 후 발아를 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다른 시각의 단점도 있다.

어쩌면 감탕나무는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나무이다. 같은 속(屬)의 먼나무나 꽝꽝나무 등에 비하면 그 인지도 좀 낮은 것이 사실이다. 감탕나무는 생김새가 먼나무와 많이 유사하여 혼돈되기도 하지만, 자주 접하다 보면 어린가지의 색깔이 적색인 먼나무와 달리 녹색이어서 구분할 수 있다. 잎은 가장자리에 거치가 있는 경우도 있어 변이가 많은 편으로, 조금 과장하면 호랑가시나무와 유사한 특징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실제로 전라남도 완도에 가면 완도호랑가시나무라는 교잡종이 있는데, 이 나무는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의 잡종이다. 우리 제주에도 이러한 중간 형태를 가지는 종류들이 자주 볼 수 있는데, 특히 곶자왈 지역은 이런 종류들이 많은 지역이다.

원래 감탕나무라는 이름은 수피에서 감탕(접착제의 일종)을 채취한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라도 해안지방 주민들이 이 액을 새를 잡는 끈끈이로 활용하기도 했으며, 감탕나무의 분포가 없는 충청도 지방에서는 같은 속(屬)의 낙엽성 나무인 대팻집나무 수피에서 이런 끈끈한 액을 채취하여 접착제로 이용했다고 한다. 우리 제주지역에서는 이용사례들이 전승되지 않아 좀 아쉬운 감이 있다. 더 늦기 전에 구전되는 자료들을 찾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대팻집나무 열매(왼쪽)과 먼나무 열매.

감탕나무는 중국, 대만, 일본(혼슈지역에서 오끼나와까지) 등 동아시아지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분포는 제주도를 비롯하며 남해안 도서 및 내륙지방까지 분포하여 먼나무의 분포와도 유사하지만, 보다 높은 해발고도까지 분포하여 차이를 보인다. 제주도의 분포는 문섬 같은 해안 부속도서의 사면에서부터 중산간에 위치한 계곡이나 곶자왈지역까지 폭 넓게 생육하고 있다. 이러한 분포는 대팻집나무와 꽝꽝나무를 제외한 감탕나무, 먼나무, 호랑가시나무 등 3종 식물의 비슷한 특징이기도 하지만, 특히 감탕나무는 계곡이나 곶자왈을 따라 보다 높은 해발고도까지 자라고 있어 가장 내한성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감탕나무의 개화시기는 3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며, 새로 난 가지에 꽃이 피는 먼나무와는 달리 2년생 가지의 엽액(잎겨드랑이)에 꽃이 피는 특징이 있다. 암꽃은 대체로 가지 안쪽으로 달리며, 수꽃은 꽃도 많고 주로 묵은 가지의 바깥쪽으로 달린다. 열매는 10월경부터 붉은색으로 익으며, 먼나무 보다는 다소 크고 호랑가시나무와 비슷한 정도의 크기를 보인다. 어쩌면 조경적인 관심측면에서 볼 때, 감탕나무의 열매는 크지만 다소 감춰진 듯 달리고 있어 작지만 빼곡하게 열매를 달고 있는 먼나무 보다는 사람들의 주목을 덜 받아왔던 것으로 보아진다. 그렇지만 생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해안지역 식생의 주요 구성종이며 곶자왈이나 계곡까지 분포하고 있어 향후 해안숲의 조성이나 복원 등에 요긴하게 활용될 수종으로 보아진다.

사람도 그렇고 식물도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기이다. 이른 봄부터 시작한 한해살이가 마지막 열매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감탕나무처럼 올 한해의 일들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김대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